정운학 목사(1910-1966)는 동경미술대학 출신의 화가로, 은혜를 받은 후 예술을 버리고 헌신한 지도자다.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면이 있다. 정운학도 날카로운 성격이었지만 중생의 체험을 통해 변화되어 온유한 사람이 되었다.

해방 전 중국의 심양 북릉교회에 시무할 때였다. 교회가 부흥되어 대지를 매입하고 교회당을 신축했다. 상당한 건축대금이 부채로 남아 있자 건축업자가 찾아와서 돈을 내 놓으라고 괴롭혔다. 그는 건축업자에게 온후한 얼굴과 말씨로 “수고 많이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몇 주일만 기다려 주시면 꼭 청산하겠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건축업자는 다짜고짜 뺨을 철썩 때리며 “돈도 없으면서 교회를 왜 지어?”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금방 정 목사의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정 목사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 목사는 계속 온후한 얼굴로 웃으며 “제가 뺨 맞은 대가로 부채를 몇 주일만 연기해 주시기 바랍니다”하고 공손히 말했다. 건축업자는 어이가 없는지 그만 가버리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로교회에 다니는 한 중학생이 정 목사에게 감동을 받아 북릉교회로 옮겨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 중학생은 조국이 해방되자 귀국하여 서울 모 장로교회의 집사와 장로가 되어 충성했다.
그리고 지금 원로장로가 되어 정운학 목사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서대문성결교회 이응호 원로장로의 친구인 정 훈 장로다(마 5:39, 엡 4:2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