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성 목사(1921-1952)는 6.25 당시 백암교회에서 시무했다. 신태원 장로는 피신을 권유했으나, “성도들이 다 피난행렬에 참여한다 해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하나님의 전을 사수해야 할 성직자가 어찌 돌보아야 할 양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나만 살겠다고 피난 가는 것이 마음에 허락지 않는다. 죽어도 성도와, 살아도 성도와 함께 하겠다”며 간청을 거절하였다.

드디어 백암지역도 공산군의 군화로 짓밟히어 교인들은 발자국소리도 못 내고 모여 예배드렸다. 그래도 한 주일도 거르지 않았으니, 서 목사의 순교정신의 힘이다. 그러던 중, 유엔군과 국군의 북진소식을 몰래 청취하던 신 장로와 청년들이 발각되어 공산당 내무서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서 목사가 내무서로 찾아가 성도들의 석방을 간청했다. 그러자 내무서 책임자는 “이 사람들 대신 목사님이 이곳에 계신다면 교인들을 석방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서 목사는 즉시 이를 수락한 후, 유치장에 감금되고 성도들은 모두 석방되었다.

그러자 내무서 책임자는 조금은 양심이 있었던지 일주일 만에 서 목사를 석방시키며 “목사님이 보증하여 석방시킨 교인들에게 물어볼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때 목사님도 함께 오셔야 한다”며 “만일 목사님이 그때 계시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다시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가족들은 물론 교인들이 목사님에게 피할 것을 간곡히 권면했으나 “내가 종적을 감추면 죄 없는 다수의 교인들이 체포되어 많은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다”고 하면서 사택에 계속 있었다.

며칠 후에 다시 내무서의 출두 명령을 받고 내무서로 갔다.  “내일이면 돌아오게 될 테니, 걱정말고 집에 가 있거라” 백암내무서 구치소로 도시락을 가져가며 아버지의 근황을 살피던 장남 영호에게 용인경찰서로 이송되면서 한 마디 남긴 말이다. 그리고 서두성 목사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후퇴하기에 급급한 공산당들은 구속자들을 서울로 압송하던 중, 수원 근교 야산에서 무참히 살해하고 말았다. 가문의 3대독자로 태어난 서 목사는 이렇게 31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하였다.

장남 서영호 장로는 13살때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한 목자를 떠올리며 좋은 아버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요 10:11,12, 벧전 5:2-4, 렘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