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렬 목사 [빛된교회 / 서울북지방회장]

욥은 자신이 당한 재앙의 문제로 그의 친구들과 긴 논쟁을 벌였습니다. 욥의 친구들은 인과응보의 법칙을 내세워 욥이 재앙을 당한 것은 그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욥은 친구들의 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재산이 사라지고, 생때같은 자식들이 한순간에 집이 무너져 죽임을 당할만한 죄를 지은 일이 없습니다. 욥과 친구들은 충돌합니다. 평행선을 달립니다. 

심지어 욥은 하나님을 향해서도 자신의 고난이 부당하다고 항변합니다. 긴 대화 끝에 하나님께서 직접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욥은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인가 확실한 답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욥에게 말씀한 것은 재앙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38:4)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에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38:8) “비에게 아비가 있느냐? 이슬방울은 누가 낳았느냐?”(38:28) “독수리가 공중에 떠서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찌 네 명령을 따름이냐?”(39:27) “네가 능히 낚시로 악어를 낚을 수 있겠느냐?”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혹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아시는지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으라.” 작가가 그리스도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녀도 무언가를 아는 것이 아닐까요.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하나님의 질문 앞에서 욥은 답을 찾았습니다. 

욥은 지금까지 자기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3절)

이 모든 것의 결과로 욥은 이런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5절) 듣고 아는 것과 보고 아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더 정확하고 확실합니다. 하나님의 질문들을 통해서 욥의 신앙은 듣는 신앙에서 보는 신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보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하나님이 욥에게 짠하고 나타나셨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하나님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를 확실히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은 ‘거룩한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거룩한 두려움에 휩싸인 경험을 한 사람은 자신을 내려놓습니다. 사람은 보통 자신의 경험들을 근거로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살아온 세월만큼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내 기준으로 세상과 벌어지는 일상들, 사람에 대한 것들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보는 신앙’입니다. 하나님만이 절대자이십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를 알면 알수록, 우리의 절망과 침묵은 깊어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인식하면 할수록, 은혜에 대한 열망 역시 더 깊어질 것입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자유하십니다. 보는 신앙의 깊이로 들어가 자신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