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가 오는 26일까지 서울시 대학로 하다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재소자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밑바닥 인생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의 해학, 사형수의 심리묘사를 그려냈다.

연출자인 조승연씨는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 싫어하지만 누구나 풀어야 할 숙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극은 사형수 정진수의 모습을 통해서 죽음의 의미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연극은 사형수인 정진수의 인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젊은 날을 방탕하게 보내던 정진수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비록 암에 걸려서 몸이 약하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지만 선한 마음씨를 가진 한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건축회사 사장인 한나 아버지의 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기를 임신하게 된 한나는 해산하던 중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정진수는 10여년을 가난 속에서도 삶의 유일한 희망인 딸 이슬이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한나의 부모님은 자신의 외손녀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이슬이를 강제로 데려간다. 그러던 중 아빠를 그리워하며 정진수의 집에 찾아온 이슬이는 집에 화재가 발생해서 숨지게 된다. 악덕 집주인이 밀린 집세 때문에 앙심을 품고 방화를 저지른 것이라고 여긴 정진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사형선고를 받은 정진수는 교도소에서 뺑소니로 복역중인 김예찬 목사, 폐수를 하천에 버려서 환경사범으로 복역중인 나팔용, 소매치기 오륙도 등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김예찬은 목사안수를 받은 후 2번이나 교도소에 들어온 지라 목사같지 않아 보이지만, 끊임없이 정진수에게 복음을 전한다.
처음에는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찼던 정진수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서서히 마음문을 열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정진수는 “하나님, 왜 저에게 남은 마지막 불씨마저 가져 가셨습니까?”라고 울부짖는다. 기도중 잃은 것이 있다는 것은 받은 것도 있다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정진수의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여러 가지방법으로 말씀하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사형집행 직전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하나님께서는 정진수도 사랑하십니다”란 고백을 남긴다.

이 연극은 손현미 작가의 작품으로 그동안 교계는 물론 일반연극계에서도 잘 알려진 정통연극이다. 1991년 극단 말죽거리의 창단 준비공연으로 초연되었으며, 이후 극단 작업이 약 200여 회에 걸친 순회공연을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공연은 10월 21일까지. 평일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3만원. 문의)02-747-8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