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저항 시인 윤동주는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제목 십자가) 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괴로움과 행복을 동시에 보았던 것이었으리라.
채찍, 침 뱉음, 멸시, 천대, 매 맞음, 찔림, 징계, 십자가와 같은 단어로 이어지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괴로움(고난)을 보았으니 ‘괴로웠던 사나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난 뒤에 밝아온 부활의 새벽을 알고 있었기에 행복한 예수그리스도라 한 것 아니겠는가?
윤동주는 No cross No crown의 비밀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지개를 보려면 비를 맞아야 하고, 봄을 맞으려면 겨울의 추위를 통과 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있었기에 부활의 영광이 찾아온 것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공포와 두려움에 빠졌다.
인적이 끊긴 거리마다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하고 재잘대던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봉쇄된 도시들은 유령도시처럼 비어있고 숨죽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은 점점 사막이 되고 있다. 피어나는 봄꽃들조차 향기를 잃었고, 텅 빈 예배당, 멈춘 기도 소리가 하나님께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공포와 죽음의 어두움으로 짓눌려있던 예수님의 무덤 문이 열리고 부활의 아침이 왔듯이, 부활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찾아와 소망을 주고 생명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사망이 사망선고 된 사건’이다.
코로나는 죽음 같은 두려움과 고난을 온 세상에 퍼트렸지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요 11:25) 하신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 세상을 사망시키고 생명으로 채우신다.
코로나의 고충은 또 다른 축복으로 다가옴을 내다보아야 한다. 지금 피흘림은 고통이지만 그것은 생명으로 되돌아옴을 알아야 한다.
‘모가지 길게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흘리겠나이다.’
하던 윤동주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된다면 우리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
No cross No crown이다.
‘생각컨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될 수 없도다’(롬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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