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호 목사  [평강교회]

복음의 본질을 상실한 채 세속적 가치관으로 잠식당하고 있다는 “정체성의 위기”와 앞으로 신자수가 300만 명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되는 “양적 감소의 위기”가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또한 현재 우리 예성 교단도 동일한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우리 예성 교단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수적인 교단”이고 “성결교회”라는 것으로 대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예성 교단이 정말 보수교단이고 성결교회다운 성결교단이냐고 묻는다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는 교단과 신학교 양쪽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는 교단의 신조에 맞지 않는 자유주의신학이나 종말론, WCC적인 예배학 등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있다고 들리고, 신학 전공필수가 두 과목밖에 없으며, 신대원에서는 학부에서 배운 동일한 과목들을 동일한 교수들에게 배우고 있다는 것과, 일반대학 출신 원생들이 본교 신학부 출신 원생들과 똑같은 과목을 배우고 있다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들도 있다고 들립니다. 그 외에도 (단독)목회 경험이 없는 신학교수들이 대부분이라든가, 신학교수들이 예배(채플)에 잘 참석하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미 신학대학의 정원은 미달되기 시작하였고, 신학생 중에는 일단 입학하였다가 타과로 전과하려는 목적으로 입학하는 사람이 50%나 된다고도 합니다. 교단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의식과 제도에 있어서 정체성의 혼동이 가속화되어왔고, 지나친 정치적 경쟁 구도 속에서 신앙과 상식과 법에 의하기 보다는 자의적 해석과 적용에 따른 데서 오는 혼란과 무질서가 교단 구성원들에게 많은 상실감을 주어왔으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총회는 비전과 소망을 주기보다는 실망감을 더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94회 총회가 얼마나 원만하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것이 교단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의 제94회 총회가 후보 단일화에 따른 선거의 건전함을 이루었고, 연차대회를 회복하고 교단의 복음적 부흥을 꾀하고자하는 탈정치화의 목표 하에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해마다 총회 때만 되면, 임원선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서 첫째 날의 임원선거만 끝나면 대부분의 장로대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대의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총회 둘째 날부터는 법정 성수가 미달되어서 모든 결의가 사실상은 무효일수밖에 없는 모순이 반복되었고, 17개나 되는 의회부서는 심리부, 법제부, 고시부 등 행정적인 부서 외에는 대부분이 막간을 이용한 단 몇 분 동안의 주어진 시간에 조직구성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유명무실한 부서로 전락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회는 연차대회 성격의 순서들을 도입하여 대의원뿐만 아니라, 대회원들도 다같이 참여하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복음전도와 부흥을 모색하고 단합하는 시간이 되도록 계획하였고, 각 의회부서들에게 충분하게 토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정하였으며, 총회의 의회부서와 집행부서의 조직을 단순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헌장개정안이 상정되는 등 획기적인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총회 둘째 날 임원 선거와 헌장개정이 있는데, 과연 대의원들이 집에 가지 않고 남아있어서 성수가 될 것인가? 그리고 3일간 끝까지 참석하는 대의원이 얼마나 될까?”하는 것이 우리 교단이 앞으로 보다 더 수준 있는 교단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혹자는 이번 총회를 예전과 똑같은 그렇고 그런 총회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약에 이번 94회 총회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 교단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 자명합니다. 첫째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부흥을 모색하는 총회로의 방향전환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실제적인 시스템 구축과 제도화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