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는 6일, 소득세법 시행령에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포함됐던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명확히 규정한다는 내용의 ‘2015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과세 근거를 기존 시행령이 아닌 소득세법에 명시했으며 △필요경비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한 것(기존엔 소득의 80% 일률 적용) 등이다.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개정안은 소득에 따라 부과 세금에 차이를 두는 ‘차등경비율’이 포함돼 있다. 종교인의 소득이 많을수록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필요경비 인정부분을 △80%(4000만원 이하) △60%(4000~8000만원) △40%(8000 ~1억5000만원) △20%(1억5000만원 초과) 식으로 줄여가는 구조다.

지난 2013년 종교인 과세 방침이 언론 등을 통해 처음 알려지자, 교계는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었다. 대개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해 “종교인들 역시 납세에 동참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납세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거나 “자발적 납세가 바람직하다”는 등의 반론이 있었다. 물론 부과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었다. 당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에 포함시키면서 타당성 논란이 일었고, 그 연장선에서 종교활동을 ‘근로’로 보는 것에 대한 반발도 생겼다. 또 필요경비를 일률 적용한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었다.

결국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부과 방식을 수정했다. ‘조세법률주의’ 지적에 따라 시행령이 아닌 소득세법 자체에 과세를 명시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따라서 교계의 과세 찬성 측을 중심으로 이번 개정안을 어느 정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납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 법제화 방침에 일단 환영 의사를 보였다. 다만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것에 대해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NCCK의 강석훈 목사는 “종교인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종교인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처럼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려면 사전에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는 가정을 이루지 않고 거처를 제공받는 불교·천주교 성직자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개신교계 성직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면서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할 경우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평등과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과세 방침은 종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이를 법으로 규제해 의무화하는 것보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토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