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순 집사 [성광교회 / 성광어린이도서관장]
<파이 이야기>는 16세 인도 소년이 벵골 호랑이와 동거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화려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해서 한 문장을 서, 너 번씩 읽으며 책장을 넘겼다.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읽어내면서 희박한 나의 지식들을 쥐어 짜 내며 하얀 구명보트와 드넓은 태평양을 그리면서 두 번째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실제 사건 중에 1884년에 조난된 선원들이 구조 됐는데 나중에 조사를 받으며 그들은 ‘리차드 파커’라는 어린 선원을 먹었고 그로 인해 재판을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년과 벵골 호랑이가 단 둘이 구명보트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다는 설정만 보아도 <파이 이야기>는 ‘할 말이 아주 많은’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227일간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인 한 소년의 모험 이야기다. 위로는 폭풍우가 쏟아지고 아래에 펼쳐진 태평양에는 상어 떼가 있으며, 유일한 동반자는 몸무게가 200kg이 넘는 사나운 벵골 호랑이다. <파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책은 여러 신을 섬기는 어린 피싱을 가볍게 다루는 듯하지만, 신이 곁에 없었다면 과연 견딜 수 있는 시간들이었을까? 결국 내 안에 있는 나의 분노, 공포, 잔인한 내성이 밖으로 들어난 내가 피싱이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런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으며 누구를 의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생존을 위해 그렇게 놓여 있지 않음과 내 안에 숨겨진 리차드 파커를 보지 않아도 됨을 감사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작가 Yann Matel은 <파이 이야기>를 3개의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 ①삶은 스토리 이다. ②당신의 스토리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 ③신과 함께 한 스토리는 더 나은 스토리를 만든다.
작가는 진실의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많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태평양 한 가운데 난파된 배의 한 부분을 부여잡고 호랑이와 단 둘이 주인공과 같이 살아가지는 않는다 하여도 우리의 삶에 가만히 손을 잡고 인도 하시는 하나님께 이 책을 덮을 때 흥분 되는 가슴만큼이나 평범한 우리의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가 흘러나올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02년 부커상 수상작이며, 전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기존의 부커상 수상작들이 평단의 높은 평가에 비해 독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것과는 달리, 수많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다)
저자/Yann Marteln 역자/공경희
출판사/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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