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갈수록 저희 부부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매우 속상합니다. 학교 성적도 갈수록 떨어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아들은 성적이 떨어질 때까지 엄마가 뭐 했냐면서 저에게 화를 냅니다.
가뜩이나 저도 아들에게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픈데 남편마저 제 탓으로 돌리니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아드님의 문제로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름대로 보다 나은 학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려고 애쓰시고, 더 좋은 선생님을 붙여 주려고 애썼는데, 아들은 그런 부모의 기대에 따라주지 않으니 많이 속상하셨을 거예요. 게다가 아드님의 떨어진 성적을 알고 나서 많이 상심하시기도 하고 충격도 받으셨을 텐데 남편은 그러한 어머님의 마음은 몰라주고 화를 내셨다니 많이 섭섭하셨겠습니다.
먼저 어머님께서 그동안 나름대로 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믿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신 점은 잘 하신 일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신뢰가 일방적인 신뢰(믿음)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믿는 마음으로 계셨지만 아드님은 그것을 무관심으로도 느낄 수가 있지요. 물론 물적으로 부모님께서 풍족하게 채워주시지만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적인 안정보다도 심적인 안정이 더 우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내가 가정에서 가치 있는 존재이고, 늘 관심을 받고 있고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오히려 물적 풍요로움이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해가 되기도 합니다. 부모님께서 풍족히 주시는 용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그 속에서나마 관심을 얻으려고 물 쓰듯 돈을 쓰는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는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에 쓰기 보다는 마약이나 술, 각종 유흥에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렇듯 가정으로부터의 지지 기반을 잃어버리면 극단적으로 문제를 끌고 갈 수 있는 청소년들은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어떤 설문 조사에 따르면 68.2%가 자살이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에 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어른들 모르게 나름대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 죽을 방법을 생각해 본 친구들이 9%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불쌍하고 슬퍼할까봐”라는 것입니다.
이는 37.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이유에 속한다고 할 수 있죠. 이렇듯 청소년들은 어쩌면 부모가 자녀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청소년의 자살문제가 “설마 내 자식이…” 라는 의혹에서 “내 자식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로 생각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서 제기할 정도이니 그냥 간과시킬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겠죠.
지금 아드님께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입니다. 상처 입은 아드님의 마음을 위로해 주셔야죠. 수험생들은 가족의 정감어린 말 한마디로 그 날 하루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랑의 메시지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죠.
어머니!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달력에 아드님의 각종 시험 기간들, 학교 행사들 등을 기입하셔서 늘 관심을 표현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아버지도 함께요. 자녀가 늘 부모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일차적인 부모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이야말로 자녀에게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때입니다. 부모의 기대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자녀의 기대와 마음을 읽어 주시면서 인내와 사랑으로 아드님을 대해 주신다면 지금의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우담 목사/성결상담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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