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대지는 풍요로움이 내려앉고 있다. 가을색이 완연하다. 어느 계절이나 다 그렇지만 특별히 가을은 창조주가 주시는 선물이 가득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이 왔건만, 추석이 지나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숫자가 사상 최대라는 뉴스가 흐르고 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쉬며 피를 쏟아야 할까. 저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 받을 수 있을까.
깊은 말씀 묵상과 기도 생활에서 나온 압축된 문장으로 수많은 이들을 깊은 영성의 세계로 초대했던 헨리 나우웬은 그의 저서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에서 “모든 사역자는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이어야 한다고 하며 특별히 “예수님의 치유하심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치유 사역이 소개되고 있는데, 사역자는 예수님의 치유 사역을 대행하는 자로서 그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것을 헨리 나우웬은 주문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다시 9월’ 이란 시에서 9월을 ‘치유의 계절’이라 했다. “기다리리 오래오래 /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 상처받은 짐승들도 / 제 혀로 상처를 핥아 / 아픔을 잊게 되리라” 했다. 9월 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린 것은 치유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지난여름 내내 우리는 태풍, 땡볕, 폭염, 작살비 그리고 악독한 코로나로 너무 많은 피를 흘리며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금년 가을은 치유의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잠재우는 짐승들처럼, 기다렸던 9월에는 모든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어 기력을 되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넉넉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의 계절 9월을 맞았지만, 지난날의 상처가 너무 깊어 피투성이가 된 채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사역자들이 치유케 하는 손길로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입술의 열매를 창조하는 자 여호와가 말하노라 먼 데 있는 자에게든지 가까운 데 있는 자에게든지 평강이 있을지어다 평강이 있을지어다 내가 그를 고치리라 하셨느니라” (사 57:19)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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