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오월이 기울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으로 가정 이벤트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오월이 그런 일들로 성큼성큼 지나가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진 부모님의 얼굴, 훌쩍 커버린 아이들, 흰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남편과 거칠어진 아내의 모습 등을 보면서 빠르게 가버린 세월에 놀라며 아쉬워하고 우리 마음 한구석에 “우리 가정은 행복한가?” 더 나아가 “우리 가정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정인가?”에 대한 물음이 쉬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가정들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어둠이 내려 위기에 몰린 가정이 많다. 가정의 위기는 대화 단절, 제멋대로 나가는 자녀들과 가정 폭력, 경제문제, 질병 등 그리고 세속적이고 오염된 문화 속에 노출된 사회환경 등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오월을 막연히 가정의 달이라 할 것이 아니라 “가정 세우기 운동”, “가정 회복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연례 행사와 같은 그 날들을 다 보내고 나니 어느덧 오월 끝자락이다. 늘 곁에 두고 함께하고픈 오월인데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못한 채 끝자락이라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새 연한 녹색의 신록은 짙어졌고, 오월 모란도 다 지고, 지구온난화로 급해진 유월 장미는 벌써 고개를 내밀고 초등학교 담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제 유월이 되면 완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질 것이다. 길섶은 해당화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오고 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 사랑과 가족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훈련되어야 한다.
머지않아 녹음 우거진 유월도 가고 이내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며, 곧 시월의 쓸쓸함이 찾아올 것이다. 세월은 그렇게 가는 것. 긴 것 같지만 짧은 것이 우리 인생이다.
밝고 순결한 오월,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 방금 찬물로 세수한 맑은 얼굴 같은 오월이 다 하기 전에 ‘사랑’을 되찾자. 하나님 사랑과 가족 사랑 말이다.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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