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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정 목사 [참좋은교회 / 서울서지방회장]

1. 귀향의 의미

담력이 있는 직장인 중에는 19, 20일(목, 금) 이틀을 더해서 장장 9일간의 휴가를 즐긴 이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용기를 내지 않아도 5일간의 휴일이 이어진 한가위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올해 추석에도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귀성차량이 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고향엘 가도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산과 들, 길을 다 헤집어 놓아 눈에 선한 옛 정취는 찾기 어렵습니다. 어릴 때 살던 집은 이미 허물어졌거나 그 터 위에 다른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마을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이데거는 ‘고향은 존재의 기초이며 근원에 가까운 곳’이라 말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귀향은 근원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체화된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맥락으로, “현대인은 고향을 잃어버렸다”는 말 역시 “자신이 존재했던 흔적이 사라졌기에 앞으로의 회귀 가능성마저 상실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완곡해서 표현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떤 이유로든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낍니다.

2. 예수님의 귀성

예수님이 고향마을 나사렛으로 돌아가신 것은 일종의 금의환향이었습니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님은 갈릴리로 가셔서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막 1장).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죽은 자를 살리는 예수님의 표적과 능력 때문에 예수님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사역을 지켜본 이들은 세례 요한에게 가졌던 기대감을 예수님께 투영해서 예수님의 말과 행동을 보고 마음이 들떠 두근거렸고 그 느낌은 제자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고향을 방문하신 예수님의 일상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동네 밖으로 쫓아내서 그 동네가 건설된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밀쳐 떨어뜨리고자” 했습니다(눅 4장). 예수께서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외에서는 존경을 받지 못함이 없느니라”라고 말씀하신 대로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고향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배척해버리는 독기 어린 장소이기도 합니다.

3. 야곱의 귀성

에서를 속인 댓가로 피난길에 오른 야곱은 밧단아람 외삼촌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20여 년을 살며 결혼해서 가정도 일궜습니다. 그러나 외삼촌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가나안을 생각했습니다. 형 에서가 살아있는 동안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삶이 팍팍해질 때마다 한 뼘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갔던 곳, 야곱에게 고향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4. 아브라함의 귀성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12:1)는 하나님 말씀을 따라 아브라함은 옛 고향을 떠났고, 새로운 고향 즉 본향을 향해 귀성길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성경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을 고향이라 말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 그곳이 새로운 고향, 본향이라고 말합니다.

5. 결론(15-16절)

귀성의 이유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의 귀성은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며 한 걸음 나아가는 것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믿음의 선배들처럼 약속 안에서 본 것을 기뻐하며 이 땅에서 우리는 나그네요, 천국의 시민권을 가진 외국인이란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귀성이고 본향을 찾는 이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