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 인천서지방회장]

예수님은 세례 요한을 향해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 보다 큰이가 없도다”(눅 7:28)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은 세례 요한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듯 완벽하게 인정한 사람이 세례 요한 말고 누가 또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세례 요한의 배후에는 성결한 삶을 살았던 부모가 있습니다.

세례 요한의 부모는 사가랴와 엘리사벳 입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1:6절은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더라”고 기록합니다. 해석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계명이란 일반적인 도덕법을 말하고, 규례란 의식법, 즉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거나 아니면 절기를 지키는 등의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주의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었다는 말은 이들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윤리적으로도 흠이 없었고,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의식도 모두 준수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들의 삶에 흠이 없었다는 것이 그들이 예수님처럼 완전한 삶을 살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볼 때 그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는 상대적 성결의 삶을 살았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당시는 헤롯이 분봉왕으로 있던 때로 매우 불의한 시대였는데, 그런 시대에 살면서도 의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부모의 삶이 세례요한이 의로운 자가 되는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일 자녀들이 의로운 삶을 살기 바란다면 부모들이 먼저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세대가 하나님 앞에서 의로워지기를 원한다면 교회와 성도들이 먼저 의로운 삶, 성결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요즘 사회가 험악합니다. 차마 제 정신으로는 들을 수 없는 사건 사고가 매일 이어집니다. 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해서 힘없는 사람을 욕보이고 죽입니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서 불을 지르고 차량을 파손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조롱하고, 심지어는 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선생님이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몹쓸 짓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회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으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교회와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이 성결한 삶입니다. 우리 교회는 2009년 9월에 예배당을 건축하고 입당했습니다. 그 후 4년여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지역을 점령할지’ 생각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정류장 전도를 했고, 매 주 토요일마다 길거리 찬양전도를 했습니다. 절기 때마다 사람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했고, 크고 작은 행사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웃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모세 시대에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그들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지내는 40년 내내 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만 말씀하셨습니다. 가나안은 이미 이스라엘에게 주기로 약속하신 땅입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하면 가나안 땅을 점령할지가 아니라,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 (빌 2:15)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에서 교회와 성도들이 져야 할 책임은 흠이 없고 순전하며, 세상에서 빛이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지(Doing)가 아니라,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Being)하며, 어떻게 살아야할지(Living)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이 세대가 하나님 앞에 돌아서게 하는 방법은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보다 교회와 성도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데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이 먼저 성결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세대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