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로 한민족이 다들 힘들 때 김창환 목사(1901-1999)의 가정도 매우 어려운 지경에 있었다. 교회재정에 큰 몫을 하던 장로가 신사참배를 거부한다는 죄목으로 쫓겨 다니고 있었기에 교회 살림은 말이 아니었다. 신발마저 구할 수가 없어 한쪽은 낡아빠진 고무신을 신고, 다른 한쪽은 너덜거리는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굶는 때가 많았다. 정부에서 콩깻묵을 배급으로 준다고 하여 아기를 잉태한 사모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배급소에 갔다. 평소 같으면 사모님이라고 서로 양보해 주었을 성도들이건만, 아무도 양보해 주지 않았다. 무거워 오는 몸을 주체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사모님이 배급받을 차례가 되었다.

“그래, 이제 이 바가지에 콩깻묵이 가득 차겠구나.” 기다리고 있는데 배급을 담당한 사람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이 나왔다. “오늘 배급은 이것으로 끝났으니 배급 못 받은 사람들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시오.” 사모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모는 떨리는 두 다리를 간신히 주체하며 집으로 향하였다.

서러움이 복받쳤다. 순간 뱃속에서는 아기가 꿈틀거렸다.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간신히 집에 왔다. 대문을 여는 순간 콩깻묵이라도 먹겠다고 달려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빈 바가지를 땅에 내동댕이치고 풀썩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김창환 목사의 두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그러나 ‘주님가신 길, 이 길만은 가야해’하고 주를 위해 평생 헌신할 것을 더욱 다짐했다(막8:34,35, 고후12:27, 빌4:11,12, 행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