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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의 「가시고기」 라는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가시고기는 작은 민물고기다. 가시고기의 엄마는 새끼들에 대한 사랑이 없어 알들을 낳으면 그들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만다.

엄마가 떠난 자리를 아빠 가시고기가 메꾸며 혼자 남아 알들을 돌본다. 알들을 잡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자신은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밤낮으로 알들만 살핀다. 알들이 깨어나 치어로 자라고 마침내 새끼들도 제 갈길을 찾아 떠나고 나면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기진한 채 돌 틈에 머리를 쳐 받고 죽으므로 생을 마친다고 한다.

이 소설은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버리고 간 아내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며 아들을 살리고 자신은 아빠 가시고기처럼 죽어가는 한 아버지의 자식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성경은 가시고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신을 찢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가시고기였다. 광야의 모세도 범죄한 내 백성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아도 좋다고 부르짖음으로 가시고기 되기를 자처했다.

세상은 오래전부터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증병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스스로를 닫고 움츠러드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계산에 밝고, 나누고 베푸는 일에 인색해졌다. 힘없는 이들이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배워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가시고기의 사랑’이다.

한 율법사가 예수님께 모든 계명 중에 어느 계명이 큰가를 물을 때 하나님 사랑이 으뜸이고, 이웃 사랑이 둘째 되는 계명이요, 율법의 대강령(마 22:37-40)이라 하셨다.

야멸찬 무더위와 코로나바이러스가 짓눌러대고 있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모세처럼 스스로가 가시고기 되기를 자처한다면 민족이 살아나고, 사회가 살아나고, 이웃이 살고, 내가 살고, 그리고 교회가 살아날 수 있다. 8월이다. 우리 모두 ‘가시고기의 사랑’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