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감수성 교육
교회와 양성평등 그리고 성폭력
성서는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종의 차별도, 계급의 차별도, 성차별도 없이 평등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교회는 성평등한 조직일까? 성평등과 관련해서 교회는 사회보다 2~30년은 뒤쳐져있다는 말을 듣는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여성안수를 금지하는 교단들이 있고, 여성안수를 시행하는 교단이라고 해도 여성목사를 선뜻 청빙하려는 교회는 거의 없다. 선교초기부터 여성안수를 허용했던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도 여성목사의 비율이 2020년 기준 8.4%이며, 1995년부터 여성안수를 허용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경우도 2020년 기준 11.5%에 불과하다.
진보적인 교단에 속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 25%로 비교적 높은 수치이지만 여성목사의 많은 수가 개체교회에 청빙 받지 못하여 무임 목사로 있거나 미자립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개체교회나 교단의 정책의결기구에는 여성이 늘 배제된다.
교회에서 여성교인의 비율은 절반이 넘지만(감리회 58.5%, 예장통합 57.5%) 당회 등 교회의 주요의사결정을 처리하는 기구에서의 여성의 비율은 어떠한가? 여성안수가 허용되지 않는 교단은 100% 남성목사와 남성장로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의 경우 총회 대표의 여성 비율은 1.7%(1499명 중 26명)이며, 여성목사 비율이 25%나 되었던 한국기독교장로회도 ‘10명 이상에 1명’이라는 규정으로 총회 대표는 10%를 넘지 않으며, 그나마 감리교회가 2016년에 의무할당제가 통과되어 15%를 유지하고 있다. 수치로도 매우 불균형한 상황이며 실제로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은 주방봉사, 꽃꽂이 봉사 등 성 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역할 수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10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발표한 한국교회 성인식 조사 보고서에서는 교회에서 여성들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다고 응답한 교인들이 21%였다. 74.2%는 자신이 속한 교회를 성평등하다고 응답했다. 의외의 조사결과이다.
교회가 성평등하다고 답변한 교인들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응답을 했는지 궁금하다. 불평등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서 평등하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불균형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평등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심각하다. 개선할 수도 변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성평등하지 않다. 남성과 남성목회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조직이다.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불평등과 차별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불평등한 사회,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성폭력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교회는 성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목사에 의해 성폭력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교회는 남성담임목사에게 대부분의 권한이 주어지는 교회다.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남성목회자는 남성 중심적인 성서해석과 설교를 통해, 성차별적인 교회의 관습들을 유지하고 확대한다. 신자들로 하여금 목회자에게 순종하고 맹목적으로 섬기는 것을 신앙행위인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목회자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악용하여 성폭력을 행사한다.
그루밍 성폭력이다. 이것이 일반 성폭력과는 달리 교회 성폭력의 특수한 부분이다. 여성신도들은 자신이 성적으로 침해를 받고 폭력을 당한다는 인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졸지에 피해자가 된다. 그리고 피해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교회는 늘 가해 목사를 옹호하고 편들어 왔기 때문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21년 교회법을 개정하여 드디어 교단본부에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가 꾸려지기까지 수년간 여러 장애와 방해가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교단본부에서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후원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법이 통과 되었다. 미흡한 결정이지만 일단 위원회가 구성되어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감리교회에서는 그간 여러 건의 성폭력 사건들이 발생했다. 다른 교단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만 목회자의 성범죄가 발생하면 교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입을 막고 최대한 조용히 가해목회자의 임지를 바꾸는 것으로 무마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보호는 고사하고 목회자를 시험에 빠뜨리고 교회를 분열시키는 사탄 마귀라고 비난받으며 교회에서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제는 성폭력대책위원회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 위원회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은 의미가 없다. 중립을 말하는 순간 힘있는 자, 가해자를 편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성폭력대책위원회의 우선적인 일은 피해자의 호소를 듣는 일이다. 교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약자이며, 약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교회의 일이다. 그 일을 외면한다면 이미 교회는 본연의 사명을 잃고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밖에 버려질 것이다.
2018년에 발간한 감리회성폭력예방지침서에서는 교회가 양성평등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양성평등’은 단순히 남녀 성별간의 평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양성평등을 지향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나 배제도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고귀한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이며 예수께서는 모든 생명을 ‘평등’과 ‘존엄’으로 대하셨습니다. 이것을 신앙인의 삶으로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교회의 양성평등입니다. 그러므로 양성평등은 더 이상 ‘여성들의 문제’(women’s issue)가 아니고, 오히려 모든 인간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존재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의 문제’(Christian issue)입니다.”
차별을 없애고 평등을 이루는 일은 쉽지 않다. 평등은 거저 주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는 차별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기득권을 특권이라고 여기지 못하고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기 쉽다. 평등으로 가는 길은 때로는 내가 가진 특권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렇기에 교회가 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모든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성평등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은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일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감히 고백한다.
홍보연 목사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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