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에 밧줄타며 덤으로 사는 기적같은 인생
바람만 살짝 불어도 날아 갈 것만 같은 체구의 이진왕 명예장로님(문래동교회 담임 양준기 목사) 예전이나 지금이나 뵐 때마다 변함이 없으시다.
그런데 어디서 그 많은 마력이 나올까? 올해 86세, 옛날이면 아니 지금도 그 연세면 편히 쉬고 계실 나이이거나 요양원에 가서 계신 분이 많을 텐데 아직도 줄을 타고 페인트칠을 하고 계시다니 어떻게 저 연세에 그 빌딩을 벗 삼아 밧줄을 타고 페인트칠을 하실까? 취재차 장로님 일하시는 현장을 다녀왔다.
마침 현장은 성결대학교 본부건물인 재림관에 도착해 장로님을 찾으니 11층 높이의 외벽에 매달려 페인트칠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높아 큰 소리로 인사를 해도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일하시다 미처 내려올 수가 없어 한시간 여를 밑에서 기다려 만난 장로님의 온몸은 페인트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저렇게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시면서 주일은 꼭 지키며 선교, 전도관련 지방회 일까지 우선으로 참여하고 계시는 모습 정말 같은 장로라도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가까운 슈퍼에 가서 음료수라도 대접하며 쉬시도록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은 하나님께 사용해야지 하면서 물이나 먹으며 대화를 나누자고 끝내 거절하시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장로님은 언제부터 이 일을 하셨나요?
25살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이일 저일을 하다가 하는 것마다 되는 일이 없어 1973년도에 간판 일하는 사장님을 쫓아다니다 페인트칠 일을 배우게 되어 지금까지 왔지요.
-체격도 작으시고 몸도 안 좋으신거 같은데 어떻게 일을 하셨는 지 이해가 안 가네요?
제가 25세 때 부산에서 사는데 지금 작은 체격(키 160, 몸무게 52kg)을 보시다시피 온갖 병(위장, 간장, 기관지, 천식, 신경쇠약 등)을 달고 사니 병원이나 주변 사람들이 40을 못 넘길 것 같으니 먹기나 잘 먹다가 죽으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대요. 그래서 돈도 없고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고 해서 삶을 포기 하다가 마지막으로 식이요법이라도 해서 스스로 고쳐 보겠다고 건강 관련 책을 30년 동안 500권 정도를 읽고 배우면서 식이요법으로 건강관리를 하니 지금까지 병원 한번 안 가봤어요. 이건 하나님의 은혜이고 기적이 아니겠어요.
지금은 86세에 건강 관련 전도사로도 강의를 다니고 있지요.
-밧줄 타며 일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는데 86세 연세에 그만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우선 이 일을 하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외줄 로프에 의지한 채 작은 판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일하는 페인트공.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보는 이들도 긴장되는데 본인들은 오죽할까. 대단한 담력이 없다면 못해요.
하지만 페인트공은 분명히 고비를 이겨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줄타기를 하는 데 손발이 후들거리고 무서워서 탈 수가 없더라구요. 끝나고 밤잠을 이룰 때면 귀에서 웅웅거리는 바람소리와 위험천만한 꿈을 자주 꾸어서 나도 모르게 잠자리에서 깨는 날이 많았어요.
밑에는 바람이 조금 부는데 올라만 가면 빌딩과 빌딩 사이로 생긴 바람이 더 가속이 붙어 세게 불 때면 날아갈 것 같은 무서움도 있고 혹시 떨어지지나 않을까 또한 밧줄이 끊어지지나 않을까 늘 탈 때마다 공포 속에 휩싸였기에 하나님께 의지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지금은 밧줄 타고 이쪽저쪽 날아다니며 쓱싹쓱싹 문질러 새 단장까지 하는 요술페인트공이 되어서 저한테는 제일 잘 어울리는 직업이지요. 이젠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하나님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으니 더 좋지요.
-페인트칠 사업을 하다 보면 돈을 버는 환경이 너무 안 좋다고 하는 데 맞나요?
페인트칠은 돈(일당 공임:30만 원)을 많이 버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1년 중 5개월 정도는 공치는 달이에요. 추운 겨울 3달과 덥고 장마철인 여름 2달은 일이 많지 않아요, 결국 7개월 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1년을 먹고살아야 해요. 그것도 일이 꾸준하게 있으면 다행인데 들쑥날쑥한데다 공사비를 못 받고 떼어먹히는 일도 허다하니 생활이 안정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영업 방법을 바꿔 일반건물이 아닌 학교 위주로 영업을 시작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초·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축구 골대며 녹슨 철문 놀이터 같은 곳을 정성 들여 무료로 단장해 주다 보니 교장 선생님들이 감동을 받아 소개를 여기저기 해 주다 보니 이제는 일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아서 남들은 공치는 달에 더 바빠졌지요. 춥고 더운 겨울과 여름에는 학교가 방학이기 때문에 공사하기 정말 좋아 저희 사업은 연중무휴가 되었어요.
-재능기부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학교에서 받은 많은 사랑. 잊으면 안 되지요. 그래서 쉬는 날이면 학교를 찾아다니며 놀이터 외 이곳저곳을 칠해 준 것이 25년 동안 무려 3억은 되는 거 같아요. 우리 교회는 물론 지금까지 지교회 포함 30여 개의 미자립교회와 주변 노인정도 깨끗하게 무료로 단장해 주고 있습니다. 작년엔 영·유아부에 에어바운스를 사 주고 교육관이 지저분하면 우선적으로 칠해 주며 다음세대들에게 특별히 신경 쓰고 싶어요.
-작년에는 성결대학교에도 재능기부를 하셔서 대학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으셨다고요?
네. 우리 장로회 수련회나 총회 때 성결대에 가면 운동장 스텐드와 지하 주차장 바닥이 너무 지저분하여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그곳을 무료로 칠해 주었더니 총장님이 아시고 감사패까지 주시더라구요. 시무식 때 교내 행사에 외부인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것은 대학 역사상 처음이래요. 더욱 감사한 것은 하나님에 일을 즐겁게 재능기부로 영광을 돌리다 보니 대학 본부건물인 재림관 외벽 전체를 칠 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시더라구요.
정말 외벽이 특수 재질로 만들어져서 학교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그 어려운 난 공사를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해 냈지요. 정말 뿌듯 하더라구요.
-교회 공사도 하시고 미자립교회는 수시로 재능기부를 하신다는 데 이유가 있나요?
어느 날 교회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교회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사장님은 더러운 세상을 예수님의 옷으로 깨끗하게 입히시는 좋은 일을 하시고 계시네요.” 너무나 힘들고 지친 때에 그 소리를 들으니 일에 대한 자부심과 용기가 솟더라구요. 맞아 나의 일은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고 페인트칠을 통해서 세상을 밝게 하니 이보다 더 값진 일이 어디 있으랴!
이젠 밧줄을 타고 높이 올라가면 쌩쌩거리는 바람소리가 두려움과 떨림보다는 찬양소리로 들려요. 올해는 교단 내에 소속된 미자립농촌교회 2개 교회를 선정해서 관련기관과 협력해서 상, 하반기에 한 교회씩 페인트 칠을 해 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간증집회도 다니신다고요?
서울남지방회 장로회나 남전도회 연합회 행사 시 예배 설교를 한 것이 소문이 나서 일하면서 불러 주면 간증도 해요. 작년에는 진주 나들목교회에서 페인트 공사도 하고 11시 예배 시에 간증도 했지요, 저는 어디를 가도 간증하면 사례비를 받는데 그 받은 사례비에 내 헌금을 보태서 감사헌금을 하고 오지요. 벌써 죽어야 할 사람인데 하나님 은혜로 덤으로 살고 있고 무한한 가정의 축복도 누리고 사는데 하나님께도 우선 감사해야지요.
이 나이에 틈틈이 외운 성경 구절은 1~2시간 정도는 너끈히 외울 수 있으니 치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유난히 아이들 사랑과 전도에 관심이 많은 장로님!
86세의 나이도 잊은 채 느즈막이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과 축복을 이 땅에서 꼭 갚고 천국 가야된다고 아직도 쉼 없이 주님의 일에 애착을 갖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정말 귀감 되고 참 아름답다. 본인을 위해서는 인색하게도 돈을 쓰다 보니 양복도 춘추복 단 한 벌로 사계절을 나신다. 그 흔한 승용차도 하나 없다. 식사도 저렴한 순대국 이상 되는 것을 사먹어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하나님을 위한 투자에는 대범하시다. 우리 교회 전문 전도팀에 대한 지원과 사랑도 마찬가지 수년 동안 때마다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지금도 그들이 힘을 받아 열심히 현장 전도에 힘쓰고 있다. 바빠서 전도와 교회 일을 하지 못하는 대신 뒤에서 달란트 가진 성도들을 지원해 주는 장로님만의 철학에 또 한 번 감동을 받는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건가 물으니 하나님이 사용하시고자 할 때까지 하고 싶으시단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요, 성실하게 일하면 하나님이 대신 일해 주신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 힘만으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모든 감사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다.
은퇴 전에는 서울남지방회연합회장도 맡아서 헌신하셨고 지금도 그 열정은 대단해서 지방회 모임도 빠지지 않고 후배들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격려해 주신다. 우물안 개구리 마냥 교회에만 머무르지 말고 더 일을 잘 하려면 나가서 다른 교회도 둘러봐야 시야도 넓어지고 배워 올 것도 있으니 더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신다.
장로님!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저희 곁에서 힘이 되어 주세요.
대담 및 글 : 강병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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