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열 목사 (하늘교회서울북지방회장)

오늘 본문은 불길한 꿈을 꾸고 번민하는 느부갓네살의 꿈을 해석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박수, 술객, 점쟁이, 갈대아 술사로 지칭되는 자문관 그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때, 다니엘이 꿈 해석자로 왕 앞에 서게 됐다. 꿈은 특이한 신상의 모양을 보여준다.

머리는 순금으로, 가슴과 두팔은 은으로, 배와 넓적다리는 놋으로, 종아리는 쇠로, 발은 쇠와 진흙으로 쌓여진 신상이었다. 이 불길함은 2장 34~35절에서 고조된다. “손대지 아니한 돌이 나와서 신상의 쇠와 진흙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매 그 때에 쇠와 진흙과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서져 여름 타작마당의 겨 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곳이 없었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나이다” 세상권력의 유한함과 종말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였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와 목회자들이 신상의 구분을 따라 대응되는 ‘나라’를 찾아내려고 연구에 몰두했다. ‘바벨론-메대-파사-그리스’ 또는 ‘바벨론-메대·파사-그리스-로마’ 등으로 일대일 대응하는 연구작업을 진행해왔다. 즉 발을 로마로 지칭해, 로마제국의 후예인 유럽이 새로운 제국(가령 EU)의 형태를 가진 이때가 종말의 때와 근접해있다는 식이다. 모두 종말의 때가 언제인지, 어느 시대에 임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진 결과이다.

그러나 다니엘의 꿈해석의 초점메시지는 “다듬지 아니한 돌에 의해 신상이 파괴될 때가 있다”는 것에 있다. “이 여러 왕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영원히 설 것이라”(2장 44절).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특정한 미래’로 우리의 관심을 이끈다.

출 20:22-25보면 하나님께서는 다듬지 않은 돌, 정으로 쪼지 않은 돌로 제단을 쌓게 하셨다. 가나안의 정교한 제단과 대비되는 ‘다듬지 아니한 돌’은 인간의 권력이나 인간에 의해 유지되는 힘이나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방법, 하나님의 능력이다.

다듬지 않은 돌의 출현은 선과 악을 가르시고, 이 땅에 강림하시는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말한다. 이세상은 첨단과학과 문화발전의 영화위에 금, 은, 동, 철의 견고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결코 인간의 나라는 하나님나라를 압도하지 못한다. 하나님나라의 절대성, 하나님나라의 완전성 앞에 이 세상은 무너져 여름 타작마당의 겨와 같이 될 것이다(단2:35).

다니엘의 기개, 그 친구들의 신앙의 의기는 이런 하나님나라의 도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됐다. 다니엘은 시대와 제국을 초월해 영원히 망하지 않는, 영원히 존재하는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가득해질 것을 보았다. 이런 확신과 믿음은 풀무불과 사자굴의 위협을 넉넉히 이겨내게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장망성이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다면 이제 우리가 이 ‘믿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땅에서 하늘을 사는 고차원적인 삶 말이다.

이 전부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돈 없이도 의롭게 사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높은 자리 올라가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낮은 자리에서도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자라면 재분배에, 건강하면 부자유한 사람을 위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공평, 정의, 청빈, 절제, 겸손, 비움, 구제, 신실 등등.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이 모든 것은 하나님나라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나라가 세상을 이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은 철과 진흙이 엉성히 조합된 세상이다. 조만간 도래할 하나님나라를 바라보며 영적절개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