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성 목사 [은광교회 / 인천남지방회장]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심고, 물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는 무작정 기다립니다. 돈을 주고 구입한 씨앗이기에 심어 놓고는 제법 신경이 쓰입니다.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심어놓은 작두콩이었습니다. 왜 매년 작두콩을 심느냐고 궁금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체험해 보려고 시작했던 것입니다.

심고, 물주는 것은 내가 하지만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라는 말씀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 순간에 심어놓은 작두콩에서 흙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검은 투구모양처럼 콩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올라오는 떡잎과 여린 줄기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들풀을 대하듯 그냥 일상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관심을 집중하여 보니 정말 감동입니다. 떡잎 안에 여린 본 잎이 흙에 닿으면 상할까봐 떡잎이 곧게 올라오지 않고 겸손히 고개를 숙여 본 잎을 보호합니다. 

그리고는 흙을 뚫고 올라와 떡잎을 쳐들고 떡잎이 벌어지면서 드디어 본 잎이 나타납니다. 이런 DNA 유전자 정보의 프로그램을 누가 씨앗에 디자인해 놓았을까요? 작두콩을 심으면 넝쿨로 이루어진 줄기에 작두콩 꼬투리가 많으면 30개 정도 달립니다. 그 안에 엄지손가락만한 작두콩이 10개 이상 들어가 있는 모습은 정말 신비합니다.

신비가 무엇입니까? 일이나 현상이 사람의 힘이나 지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한 것을 말합니다. 흔히 불가사의 또는 미스터리라고 취급해 버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도 없고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기적이라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신비는 창조의 신비에 숨어 있고 창조의 신비를 자연의 신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고린도에 교회가 세워지고 사역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시기와 분쟁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볼로 때문에 교회가 되고 있다고, 어떤 사람은 사도 바울 때문에 고린도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했을 뿐 이 모든 것을 이루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신앙이란? 하나님의 주권을 믿기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믿기에 최선을 다하고 이루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신다”라는 하나님의 신비가 목회현장에서 날마다 목격되고 증명되기를 축복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은 누구나 동일하게 공감하지만 그 상황을 해결하시는 하나님의 신비, 하나님의 방법은 그때그때마다 달랐습니다.

아무리 오늘의 목회상황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라 할지라도 오늘 그 상황을 해결하실 하나님의 신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리가 순종하면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출구를 잃어버린 절망의 시대, 이 현실에는 소망이 없지만 믿음의 눈으로 본 세상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나의 끝이 예수의 시작임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신비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날마다 체험하며 “삶이 전도지”가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