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규 목사 [남가주새언약교회]
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친구 목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강 목사님, 나 코로나 걸렸어요. 그러니 혹시 목사님도 코로나 검사를 해 보세요”라는 것입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니 긴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3차 부스터샷까지 모두 다 맞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병원을 찾아가서 PCR 검사를 했습니다. 네가티브(negative)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코로나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성도들이 “목사님, 저 코로나 걸려서 이번 주에는 교회에 못 올 것 같아요. 기도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요청받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는 했지만,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코로나가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기도가 급해지더니 간절해졌습니다.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많이 겪어본 사람일 것입니다. 남보다 더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임이 분명합니다. 아픔과 어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었다면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돕도록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은사입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마굿간이 아니라, 황제의 아들로 오셔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셨다면 그 말씀이 무슨 감동이 되겠습니까? 또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께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고백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분이십니다.
히브리서 4장 15절 말씀에 보면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등장하는 동정이라는 단어는 사실 개역 성경에서는 ‘체휼(empathize)’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그 체휼을 개역 개정으로 번역하면서 ‘동정’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번역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헬라어 원문에 보면 동정(sympathy)이 나온 뿌리는 맞지만 그러나 의미는 동정보다는 체휼이 훨씬 더 깊다고 생각합니다.
동정이라는 의미는 자기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면, 체휼은 같은 일을 겪어봤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아픔을 체휼하신 예수님이시기에 내 아픔을 서슴없이 말할 수 있고, 고백할 수 있듯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힘겹고 어려운 성도들을 위해 우리도 동일하게 아픔을 겪고 있기에 드릴 수 있는 체휼의 기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간절한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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