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장윤석 목사 [규암성결교회]

문화의 변혁자, 고대 이스라엘

많은 사람들이 성경 속의 고대 이스라엘은, 문화적 우월성에 선진 문화를 가진 국가였다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런 선입견의 이유는, 아마도 세계적인 석학과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대인의 명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과 다르게 사실, 고대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 신생 국가이자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라는 거대 문명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의 약소국이었다. 주변 국가들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던 처지였다.

즉, 문화적 요소들을 선도하는 입장이기 보다는 이미 주변 국가들에서 시행해 온 문화적 내용과 제도들을 수용하여 고대 이스라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던 고대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신화(神話.myth)였다. 온갖 신화로 가득한 고대 세계의 문화적 헤게모니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아야 할” 이스라엘의 선택적 배제와 수용/포용(embrac ement)의 작업은 필연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음을 콕 집어 말하고 싶다.

이스라엘의 정체성 보존을 위해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필터링(filtering)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필터링 작업을 비신화화(非-神話化) 작업으로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신학적 필터링을 통한 이스라엘의 사회-문화적 수용과 이것을 통한 적용(適用)은, 결과적으로 온갖 잡다한 신화로 가득했던 고대 세계 문화에서 비신화화의 작업을 통해 탈신화화(脫-神話化)된 세계관을 숙명적으로 창출해야 했다. 이스라엘은 고대 세계 팽배했던 신화적 세계관 속에서 문화의 변혁자(Transformer of Culture)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의 바벨탑 넘어서기

하늘 길이 다시 열리면서 대한민국 국적의 여행 유투버들이 각광받으며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다. 필자가 20년 전 배낭을 앞뒤로 메고서 중동, 유럽 전역과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를 때만 해도 그런 일은 극히 드물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그 자체가 명품 브랜드가 되어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여행 유투버들을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보게 된다. 현지인들의 화제에 오르내리는 한국영화, 드라마, K-팝, K-푸드, 화장품, 패션, 자동차, 심지어 한국산 무기에 이르기까지, 가히 코리아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다방면에 걸쳐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 문화 선도 국가로서 위상을 현재 떨치고 있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인권(人權)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젠더리스(Genderless)와 같은 문화의 바벨탑을 쌓으며, 상식과 우리 신앙에 도전해 온다는 점이다.

더 거세지리라 예견되는 문화의 바벨탑의 위세 속에서 영적 이스라엘로서의 정체성을 우리는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심각하고도 무거운 숙제임이 분명하다. 그 옛날, 신화를 바탕으로 둔 주변 세계 속에서 고대 이스라엘에게 주어졌던 문화 변혁자로서의 숙명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늘 하나님의 백성들은 우리를 둘러싼 문화적 도전을 적극적으로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와 세계를 향한 폐쇄적 자세가 아니라, 넘어서야 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문화를 누려왔던 수혜자였음을 잊지 말자!! 예성 교단이 가지고 있는 성서적 보수주의라는 신앙 색채는 문화에 대한 폐쇄성이 절대 아니다.

문화적 포용을 사탄만의 점유물로 내버려 두지 말자!! 배제와 포용이라는 신학적 필터링으로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북을 치며 노방 전도했고, 부표와 관주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처음으로 한글 성경에 칼라 인쇄를 획기적으로 도입(부표관주신약전서, 1923년), 신앙의 컨텐츠로 활용할 줄 알았던, 이 땅의 초대 성결교회 선배들의 진취적이고도 창조적 사역의 감각과 안목을 더욱 기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