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4·여)는 2년 전 복통과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 맹장염인 줄 알았는데, 수술 준비를 위해 촬영한 CT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조직검사에서 림프절과 대장까지 퍼진 소장암 3기로 진단돼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재발이 잘 되는 암이라는 의사 말에 식습관에 특히 신경 쓰고 정기검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위와 대장 사이에서 음식의 소화·흡수 기능을 하는 소장은 배안 전체 장관의 75%를 차지하지만 위·대장 등에 비해 암 발생은 아주 드물다. 소장의 전체 길이는 5~6m나 되며 십이지장, 공장, 회장으로 구성된다. 2019년 기준 소장암 환자는 전체 암의 0.4%인 1051명이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 당 2명꼴로 발병해 희귀암(10만 명 당 6명 미만 기준)에 해당된다.
소장에 암 발생이 적은 이유는 소장에는 장내 세균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암의 씨앗이 되는 만성 염증이 잘 발생하지 않고 면역세포가 굉장히 많아 감염에 대한 방어기전도 잘 돼 있고, 소장이 길긴 하지만 음식물이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 장 점막에 자극이 적은 것으로 설명했다.
소장암은 암세포 기원에 따라 선암, 유암종(신경내분비종양), 악성 림프종, 육종, 위장관기질종양(GIST) 등으로 나뉘고 다른 부위에서 전이된 암도 있다. 소장 내벽의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선세포에서 발생한 선암이 전체 소장암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유암종(20%) 림프종(15%) 육종(10%) 순으로 많다. 문제는 가장 많은 선암의 발견이 대체로 늦고 예후가 제일 나쁘다는 점이다. 5년 생존율은 30% 안팎이다. 유암종과 림프종 등은 악성도가 심하지 않고 항암제도 잘 듣는 편이다.
소장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음식이다. 특히 붉은색 육류와 소금에 절인 훈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경우 소장암 발생이 2~3배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또 설탕이나 탄수화물 섭취가 많을수록, 음식에 포화지방이 많을수록 소장암 위험이 높아진다.
위험군은 가족성 용종중, 크론병, 셀리악병, 포이츠-예거 증후군이 있다. 소장암 예방을 위해 위험요인이 되는 음식 섭취를 되도록 줄이고 야채 등 섬유질이나 전곡류를 자주 먹는 게 좋고,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소장암은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특별히 권장되는 조기 검진법이 없다. 그래서 “알면서도 당하는 암”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늦게 발견되거나 복부의 다른 수술 중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암이 진행돼 커지면 소장을 막는 장폐색에 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통과 위장관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복부 통증은 장폐색과 관계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으며 십이지장 쪽 소장암은 후복강을 침범해 췌장암처럼 등이나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대변 등을 통해 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면 우선 위와 대장에 출혈 부위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면 꼭 소장에 대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특히 남자의 경우 복통이 있으면서 원인 모를 빈혈이 있다면 위·대장과 함께 소장까지 살펴야 한다. 소장암의 약 50%에서 식욕 부진을 동반한 체중 감소를 보인다. 배꼽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25%나 된다. 분명한 것은 이런 증상들이 나타났을 땐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다.
소장암은 소장 조영검사나 CT촬영, 캡슐내시경(영상 촬영이 가능한 알약 형태 내시경), 소장 전용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다. 수술이 기본적 치료이며, 수술 후 완치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재발과 전이가 잦다. 특히 선암이 다른 소장암에 비해 많이 재발하며 병기가 심할수록 재발 위험이 높은 만큼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조생구 원장 [한사랑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