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경 목사 [반월전원교회]
교회가 희망 가운데 설립되었다가 없어지는 것을 보며 교회 설립의 핵심 역할을 했던 목회자가 은퇴하고 나면 교회도 함께 사라지고 박물관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무거운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평생 목회를 하면서도 이 ‘교회론’에 대한 의구심을 명쾌하게 정립하지 못하여 혼란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목사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라.”라는 말이 있듯이 필자는 목회자가 되기 전에 신학적 틀(frame)이 정립된 목사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시대적 산물인 신학이지만, 철학이 없고 신학이 없는 목사는 결국 자고새가 알을 품고 그 새끼를 기르지만, 결말은 헛수고한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렘 17:11).
시공간에 드러난 말씀이 있는 교회로서 과연 말씀이 육신이 된 삼위일체 하나님을 섬기는 찬송의 예배가 지속하는 교회인가?(엡 1장) 아니면 찬송은 없고 화려한 건물과 시설 그리고 최신 프로그램만 가득한 자기 영광의 산물인가?
관념론적 이상주의자 플라톤의 제자로서 그리스 철학의 기초를 세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과 현실의 한복판에서 실용적 철학, 중용의 미덕을 말한다. 이런 그리스 철학의 틀과 유대 신앙이 만난 맥락 속에서 신학의 틀이 형성되면서 시대의 흐름 속에 ‘교회론’은 끊임없이 재정립되어왔다. 필자는 이 이상과 현실의 중용이 있는 교회란? 무소 부재하신 하나님을 경외하고 섬기며 현실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감사의 예배와 찬송이 있는 성도의 모임이라고 생각해 본다.
- 말씀이 육신이 되어! - ‘교회론’을 아무리 재정립하여 정의한다고 해도 “말씀이 되어 육신이 된 주님” 즉, 시공간 속으로 임재하신 주님을 신뢰하는 사역자라면, 바울의 신학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현설, 영지주의자는 이단이라는 것을! 말씀이 육신으로 오신 예수님, 육체의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은 예수를 부인하는 이단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주님의 몸 된 교회가 가시적이고 제도적으로 세워져 시공간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 교회 또한 이단, 유령이 될 것이다. 건물이나 조직이 교회가 아닌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명이 있는 곳에는 ‘시공간’이 보이는 포장이 있어야 한다. 포장이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본질이 그것을 싸고 있는 포장으로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나, 한 영혼의 가치성은 온 천하(코스모스)보다 귀하며 그 만물보다 귀한 한 영혼이 구원을 받아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오직 주님께 시선을 두고 주님 한 분만을 찬송하며 섬긴다면, 교회는 결코 시대적 산물로 망하지 않는다. 교회가 무너지는 소리,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자가 없다는 아우성에도 분명 오직 한 분 예수를 믿는 2~3명의 모임에 주님께서 함께하실 것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핏값 주고 사시어 친히 세우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사람이지 건물이 아니라는 교회의 본질을 모르는 분은 없고 그렇게 설파하지 않는 분은 없다. 그런데도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는 한 영혼의 사람보다는 건물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목회자들이 그동안 흘린 피와 땀과 수고가 헛되게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 가슴 아파하는 것은 아닌가? 한 영혼의 사람인가 아니면 교회의 웅장한 건물과 시설인가?
많은 동서유럽의 웅장한 교회 건물들은 박물관이 되고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는 그 안타까움의 원인을 다시 한번 만끽하고픈 휘황찬란한 과거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의 귀함을 망각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주여, 교회의 마른 뼈에 생기를 부어주소서! 오늘날 교회가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심 같이 충성되게 사랑하게 하소서! 본질을 망각하여 시대적 산물로 변질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충만한 교회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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