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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목사 [정화교회]

신학대학원 재학시절 아침경건회의 찬양을 인도했던 찬양팀 이름은 불꽃밴드다. 월요일 아침 다른 학생들보다 이른 시간부터 등교하여 경건회를 준비해주던 불꽃밴드 덕분에 나는 인도자가 아닌 회중의 자리에서 찬양을 부를 수 있었다.

얼마 전 내게 익숙한 ‘불꽃밴드’라는 이름의 방송이 밴드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감성에 불을 지폈다. “잊혀졌던 밴드음악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기획의도로 시작한 밴드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중음악의 중심에 서 있던 밴드들을 한데 모아 경연을 통해 최고의 밴드를 가리는 방송프로그램이다.

1970년대 미8군 무대에서 실력을 뽐낸 펑키 디스코 밴드 ‘사랑과 평화’, 1980년대 음악성 하나로 똘똘 뭉친 동아기획 출신의 포크록 밴드 ‘들국화’의 ‘전인권 밴드’, 대한민국에 헤비메탈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준 ‘시나위’ 출신의 ‘김종서 밴드’, 보컬리스트가 계속 바뀌는 가운데도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변함없이 밴드를 이끌고 있는 ‘부활’, 최고의 연주자들로 대중음악계에서 더 알려진 맴버들로 구성된 ‘다섯 손가락’, 팝스러운 레게음악을 기반으로 리듬라인이 독특한 ‘이치현과 벗님들’, 혼성보컬그룹 ‘마로니에’출신으로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통해 더 잘 알려진 보컬리스트 ‘권인하 밴드’ 이렇게 7개의 밴드팀이 경연을 펼쳤다.

태생부터 순수한 밴드로 음악을 시작한 ‘사랑과 평화’, ‘부활’, ‘다섯 손가락’를 제외하고는 유명 가수의 활동을 위해 모인 연주밴드여서 기획 의도와 다소 맞지 않았다. ‘산울림’, ‘송골매’, ‘위대한 탄생’, ‘백두산’, ‘신촌블루스’ 같은 밴드가 참여했더라면 레전드 밴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꽃밴드’의 출연진들은 한 때 음악을 좀 했다는 밴드보이의 마음을 격양시키기에는 모자라지 않은 선택이었다. 불꽃밴드에 출연한 밴드들이 연주하는 현장은 경연을 넘어 7080세대와 MZ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축제와 같았다.

대한민국 밴드음악의 출발은 대학가와 미8군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1970년대 YMCA의 청년문화활동은 대학가에 통기타와 밴드가 유행하는 초석을 놓았다. 이 시절의 교회도 마찬가지다. 번안가요인 ‘연가’의 CCM 버전을 기억하는가? 대학 캠퍼스에서 통기타를 치며 ‘비바람이 치던 바다~~’를 부르던 교회의 오빠들은 교회에 오면 같은 기타로 ‘나를 사랑하는 주님~~’을 부르곤 했다.

클래식 음악 중심의 교회음악이 대중성이 있는 음악으로, 듣는 찬양에서 부르는 찬양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한 포크음악은 곧 밴드음악을 교회로 유입시켰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교회에 일명 ‘찬양단’이라는 이름의 밴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두란노 ‘경배와 찬양’은 교회의 음악을 포크음악에서 밴드음악으로 변화를 가속시켰다. 드럼, 기타, 베이스, 건반, 보컬로 이루어진 4-5인 구조의 단순 밴드에서 싱어가 4-10이상으로 늘어난 것일 뿐 교회의 밴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유지 중이다.

교회음악은 대중음악과 흐름을 같이 한다. 교회의 청중이 문화의 대중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교회의 음악은 경건성과 거룩성을 유지하는 경계선 내에서 가능한 한 대중적일 필요가 있다. ‘불꽃밴드’에 출연한 밴드들이 자기 밴드의 독보적인 음악색을 가지고 10년에서 20년을 넘어 활동하듯이 우리 교회의 밴드도 멤버나 음악스타일의 변함이 없이 장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70세가 넘은 ‘사랑과 평화’의 싱어 이철호 씨가 “한 동안 뜸했었지~”를 부르고, 수염이 덥수룩한 전인권 씨가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를 부를 때 추억을 소환당한 7080세대 뿐만 아니라 MZ세대도 함께 열광하고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교회마다 레전드라 불렸던 7080세대 밴드들이 있었다.

청년 중심의 밴드와 음악도 좋지만 우리교회 레전드 오빠 밴드가 ‘나를 사랑하는 주님~’이나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를 부를 때 온 세대가 함께 열광하고 공감하는 모습 만들어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가을에 교회마다 밴드들이 불꽃처럼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