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민 목사 [한우리교회]
지난 4월 10일에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선거는 야당의 압승(여당의 참패)으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좋으나 싫으나 그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는 축제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가 축제일 수 만 없는 것은 선거에는 많은 갈등과 다툼이 있기 때문이다. 첨예한 여야간의 대립과 유권자들 사이의 갈등은 선거를 치르는 내내 계속된다. 그 갈등의 골이 제법 깊어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갈등이 선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모임에나 갈등이 있고 다툼이 있다. 가정에도 갈등이 있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이 있다. 회사에는 노사간의 갈등이 있고, 심지어 교회에도 갈등이 있다. 목사와 성도간의 갈등, 성도와 성도간의 갈등...
빌립보교회에도 갈등이 있었다. 빌립보교회는 유오디아를 지지하는 파와 순두게를 지지하는 파로 나뉘어 졌다. 그렇다고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믿음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함께 복음에 힘쓰던’(빌 4:3) 빌립보교회의 지도자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갈등을 믿음 없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싸움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 오히려 갈등은 열정이 있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분명한 사람들이 한다. 열정이 있으니 갈등하고, 확신이 있으니 또 갈등하는 것이다.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그랬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갈등의 유무가 아니라, 어떻게 갈등하며, 어떻게 그 갈등을 해소하는가 하는 것이다. 갈등은 단순히 상대방을 비난하며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갈등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갈등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자세다. 한걸음 더 나가 갈등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 갈등을 중재하고 조절하는 사람의 역할도 필요하다.
사도 바울은 교회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빌 4:1)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빌 4:3)고 했고, 그들은 ‘나와 함께 복음에 힘쓰던 자들’(빌 4:3) 이라고도 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서로 갈등하며 교회에 분열을 일으켰지만, 그들의 이름은 하나님 나라의 생명책에 기록되어 있고, 그들은 여전히 복음에 힘쓰는 나(바울)의 동역자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 내의 갈등을 중재하고 조절하는 바울의 자세였다.
제103회 교단 정기총회가 두 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회에 12명의 임원 후보자가 등록했고, 이들은 지난 4월 19일까지 저마다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주관의 정견발표회도 5회 있었다. 총회 선거도 선거인지라 여기저기서 갈등하는 소리가 들린다. 후보자 자격에 대해 갈등하는 소리도 있고, 선거운동 방법에 대해 갈등하는 소리도 있다.
그 과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리도 있고, 피해를 주장하는 소리도 있다. 자칫 이런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길까 염려되지만, 지금까지 103회를 이어온 교단의 저력을 생각하면 갈등은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이다. 다만 선거를 총괄하는 선관위의 역할은 중요해 보인다.
선관위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가 있다.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납득 할 수 없는 소리일 것이다. 그렇다고 선관위가 나서서 불평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싸울 수는 없다. 어차피 선관위의 일이란 게 잘해야 본전이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공정하게 중심을 잡고, 갈등을 조절하며, 갈등이 교단 성장의 힘이 되게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 대두되는 의문은 즉각 해소해 주어야 하고, 만일 누군가에게 위법한 일이 있다면 즉각 시정해 주어야 한다. 그 일에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두 주 후면 총회가 있고, 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에도 교단을 대표할 만한 분들이 임원 후보로 출마했으니 그중 누가 당선이 되어도 잘할 것이다. 그러니 치열하게 갈등(경쟁)하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원에 당선된 사람도 낙선한 사람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일에 선관위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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