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관 목사 [세움교회]
단테(Dante Alighieri)는 젊은 시절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적 욕망으로 똘똘 뭉쳐진 인생을 살았다. 그는 좋은 교육을 받았던 시대의 총아였고, 청신체(淸新體, dolce stil nuovo)라는 문학 형식을 사용하여 고대와 중세를 잇는 14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주도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행정가, 외교관, 그리고 군인으로 사회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쟁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잃고 나라에서 추방되어 죽을 때까지 고국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그리움과 지난 시절을 회고하며 그의 망명지에서 <신곡: 지옥, 연옥, 천국>을 썼다. 그는 당시 사회 비판과 현실 관찰을 깊고 예리한 문학적 성찰에 담아 그의 시대를 넘어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를 잇는 근대세계로 흘러가는 허브 역할을 했다.
그는 대체로 문학적 장르로 그의 시대를 성찰했지만, 신학과 철학적 관점으로 현실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여 죄의 무게 또한 결정했다. 그는 신곡 ‘지옥’ 편에서 지옥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묘사했는데, 그들은 평생 누군가를 속이거나 가슴 아프게 한 적도 없었다. 그들은 평생 자신만을 위해 살았을 뿐, 단 한 번도 타자를 향한 선하고 아름다운 공헌조차 모르고 산 자들이었다. 단테는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자들은 지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다고 고발한 것이다. 그것을 단테는 하나님의 소명에 대한 배신(背信)이라고 규정했다.
단테는 신곡을 통해 자신이 몸담았던 현실, 즉 정치와 그에 따르는 협잡과 이간질, 그리고 배신을 밥 먹듯 행하면서도 입으로는 항상 더 좋은 사회를 위한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던 사람들과 그의 시대를 신학적으로 처절하게 성찰했다. 비록 알레고리 방식의 자전적 문학을 통해 비유적으로 그의 시대에 관해 말했지만, 그는 신앙적 성찰, 그리고 현실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통해 자기의 내면에서 인간의 선악에 대한 청사진을 설계했다. 이것이 그의 문학이 신학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다.
그의 문학이 신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은, 14세기 기독교 세계관에 의존하여 온 유럽을 피로 물들인 십자군 전쟁에 대한 반성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 문명이 이교 문명을 경험한 기회가 되었다. 따라서 단테가 신곡에서 제시하는 기독교 세계와 이교적 세계의 구조와 구성요소들은 당대 유럽과 근동인들에게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질적인 문명적 요소까지 아우른 그의 문학이 신학적인 통찰력을 주는 것은 그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얽혀 진행되는 동안 일정한 일관성 하에 타자의 문명을 향한 신학적 맥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이 디디고 선 시대의 요청에 대하여 문학으로 신학적 응답을 한 것이다.
신학의 쓸모는 성경 진리를 오늘의 문화적 상황에 옮겨놓을 때이다. 신학은 문자적 의미와 그것을 포함하는 문맥적 이해, 그리고 본문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므로 올바르게 해석된 성서신학의 내용을 선별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신학함’에 종사하는 목회자는 동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바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식의 단순한 종교 놀이로는 새로운 신학적 패러다임이 요청되는 시대에 맞설 수 없다. 단테가 자기 세계 밖에서 문학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했던 것처럼, 신학 활동에 종사하는 목회자는 사람들이 교회를 향하여 던지는 궁극적인 인간의 문제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대답해주어야 한다.
세상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교회 목사로서 항상 마음 안에 울리는 불안감은 소쉬르가 ‘랑그’에 들어 있는 텅 빈 공허함을 발견하였던 것처럼 성경의 진리를 제대로 설교와 삶으로 닮아 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세상과 사람들의 사고와 경험과 동떨어진 세계에 대한 공상이나 안겨주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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