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목사 [정다운교회]
‘예수는 생명입니다.’ 2024년 부활 주일 전부터 토요일마다 교회 앞에서 작은 화분을 나누며 하고 있는 우리 교회 전도의 워딩이다. 햇볕이 들지 않는 교회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죽이지 않고 키우기 위해서 시작했던 식물 키우기가 취미 이상이 되어버린 지가 벌써 오래다.
그런 사람들을 ‘식집사’라고 부르던가?
중고등부 시절에 큰 감동을 주었던 성경 인물인 스데반 집사의 설교와 순교의 장면은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었는데 새삼 ‘집사’라는 말을 들으면서 설교자이며 목회자인 나에게 그런 순수한 열심이 아직 남아있는지 겸손히 반성해 본다.
열심히 무화과, 녹보수, 고무나무, 행복수 등등을 삽목하면서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이념과 자유민주주의 토양에 다시 삽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는데 몇 해 전부터는 다육식물을 키우며 잎을 떼어 잎 꽃이 번식을 시키면서 잎장 하나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은 오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처럼 새생명으로 탄생하게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신 것이 ‘예수는 생명입니다’라는 워딩으로 전도를 하게 된 배경이다.
작년 이맘때 신학교 동기인 이상헌 목사가 십이지장암으로 투병 하다 주님 품에 가셨다. 양평의 숲속에 있는 암환자 전용 황토방을 오가며 예배를 드리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위해 기도했지만 벗은 주님 품이 좋았던지 주님의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키우던 다육식물을 선물하며 소설 속의 베어먼 아저씨(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의 사랑과 비교 할 수 있다면)에게 ‘마지막 잎새’를 그리게 했던 존시의 친구 수의 심정으로 함께 벗의 회복을 위해 기도 했는데… 친구가 간성 혼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도 죽어…”
긴 장마로 전도용으로 키우던 다육이들을 떠나보내며 인생이 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내가 쎄네”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모습은 아닌가? 유치한 언어유희에 불과하지만 모세의 발걸음을 돌이키게 하는 도구가 되어 준 떨기나무가 히브리어로 ‘쎄네’라 한다.
그런데 그 뜻은 ‘약하다’라는 뜻이다. 세상의 불들(여러가지 시련)에 타 없어지는 나무가 ‘쎄네’인 것이다. 모세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일 뿐 아니라 흙으로 돌아갈 인생들의 모습이 ‘쎄네’인 것이다. 애굽의 왕자로 “내가 쎄네” 하며 살았던 미디안 광야의 모세가 ‘쎄네’인 것이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와 같이 되었으니…”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생이 선악을 판단하는 재판관이 되어 “내가 쎄네”하며 살아갈 것을 아시고 그런 사람이 생명나무의 열매도 따 먹고 영생하는 것을 막으시려고 화염검으로 생명나무로 가는 길을 막으시고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셨다. 인간의 본질인 하나님의 ‘숨’에서 떨어져 재료인 ‘흙’으로 돌아가는 연약한 ‘쎄네’가 되게 하셔서 우리 날 계수 함을 알게 하시고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셨다.
“사람의 년 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는 시편이 모세의 시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세는 팔십부터 새 생명의 삶을 산 것이다. 신학교 때 들었던 이성봉 목사님의 설교테이프에서 목사님이 부르시던 오래전 찬송인 허사가의 가사가 생각난다.
“홍안 소년 미인들아 자랑치 말라 영웅호걸 열사들아 뽐내지 말라 유수 같은 세월은 널 재촉하고 저 적막한 공동묘지 널 기다린다” 나의 기억으로는 ‘유수 같은 세월은 널 재촉하고’ 하는 대목을 음악용어로 ‘페르마타’라고 하던가? 그 음의 길이를 늘여서 강조하여 부르시던 노 부흥사의 육성이 귀에 쟁쟁하다.
생명나무로 가는 길을 지키게 하신 태초부터 계신 생명의 말씀이신 주님은 가장 긴 ‘페르마타’의 연주로 십자가 위에서 구속사의 연주를 마치시고 마지막 숨을 내쉬며 내가 다 이루었다.
하시면서 영원 전에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 약속하신 영생의 선물을 그를 믿는 자에게 주시며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주신다. 이 땅 자유 대한민국에서 “내가 쎄네” 하며 살아가는 모든 인생들이 자신이 광야의 떨기나무(쎄네)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의 불이 붙었으나 타지 않는 ‘쎄네’로 살아가게 되기를 식집사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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