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원 목사 [창동교회]
지난 8월 11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은 우리나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스포츠 강국임을 재확인하는 대회였다.
우리나라는 효자 종목인 양궁과 태권도를 비롯해 사격, 펜싱, 배드민턴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별히 양궁은 다섯 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양궁 여자 단체전은 10연패, 남자 단체전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경이적인 결과에 세계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근 40년간 대한양궁협회의 지속적인 후원과 체계적인 선수선발 방식,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 등이 한 몫을 했다.
세계의 언론은 한국 양궁의 독보적인 결과에 혀를 내두르며 칭찬과 함께 이러한 실력을 갖춘 비결을 궁금해했다. 한국 양궁의 비결을 묻는 여러 나라 기자의 질문에 답은 하나로 모아졌다. 그것은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에 의한 대표 선수 선발 방식’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되려면 매년 공정한 경쟁에 의해 선발되기 때문에 누구든지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선수 신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불과 3년 전에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으로 주목받았던 안산 선수도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에서 탈락하여 이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국가대표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결국 우리나라를 세계최강 양궁 대국으로 만들었다.
한국 양궁의 선전(善戰)을 보면서 믿음의 국가대표는 그 믿음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신앙도 국가대표가 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서 점점 더 주님과 가까워져야 한다. 현실에 안주해 일회성 은혜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예수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옳지만,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 체험이 없는 기계적인 신앙이 양산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때때로 진정한 믿음 없이 이신칭의(以信稱義, justification by faith)를 내세우며, 종교개혁 시대의 ‘면죄부(免罪符)’에 갇혀 있는 신앙의 아이러니(irony)를 보게 된다. 스스로 구원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구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하는 ‘예수 고백’은 과연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예수를 만난 자는 예수 밖의 삶을 꿈꾸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경험을 가진 자는 살아 있는 믿음으로 그 안에서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믿음이 가치관을 바꾸고, 예수를 닮는 삶을 만들어 간다. 세상이 거리끼며 미련하게 보는 복음을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로 경험한다(고전 1:23~24).
말씀과 기도로 거룩함을 이루어가는 싸움을 싸우고 또 싸운다(딤전 4:5). 어제의 구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간다(빌 2:12).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기쁨을 취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간다(롬 14:17). 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대표 선수이다.
가끔 오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호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물속을 들여다보면 그 아래로는 쉼 없이 오리발을 내젓고 있는 것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믿음의 국가대표는 겉으로 볼 때는 가만히 있는 듯해도 그 안에선 말씀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영적 싸움을 싸우고 있는 사람이다.
중생(重生)의 선물을 거머쥔 이후에도 성결의 고지를 향해서 쉬지 않고 달리게 된다. 이제 하나님 나라의 선수라면 신앙의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신앙의 방향은 분명히 정해야 한다.
신앙이 자라고, 깊어질 수 있는 편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향에 서 있을 때 우리의 삶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롬 8:28). 그리할 때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대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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