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곤 목사 [합덕제일교회]
간혹 총회 실행위원회가 끝난 후 볼멘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회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총회 임원과 지방회장으로 조직된 실행위원회는 정기총회 폐회 후 정책 실행을 위해 임원회가 상정한 안건을 처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간혹 정책을 실행해 나가야 할 실행위원(實行委員)들이 특정 프레임(frame)에 갇혀 정책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실행위원(失行委員)으로 전락 되는 예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생의 미국 작가이며 사회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교수는 ‘조직이 조직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조직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다. 만약 조직이 조직의 내부를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면 그 조직은 결코 사멸할 것이다’라고 했다.
교단 안에 현존하고 있는 사조직(?) 중 정치화된 조직의 회원들이 기억해둘 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교단 발전을 위하고, 목회 정보를 공유하며 친교 할 목적으로 조직됐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본질에서 벗어나 힘 있는 조직이 되려고 세력 확장을 위해 회원 수를 늘려가고 검증되지 않은 소수의 정치꾼(?)들이 유입되면서 정치화되고, 다른 조직과 연대하여 힘을 과시하려다 보니 일탈(逸脫)됐을 것으로 본다.
최근 실행위원회에 참석했던 모 목사의 푸념 섞인 목소리를 듣게 됐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목회만 충실히 해온 분인데, 지방회의 관례를 따라야 지방회 질서가 유지된다며 권고하시는 선배 목사님들의 조언을 듣고 지방회장직을 수락했다고 했다.
그런데 실행위원회를 앞둔 어느 날부터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정된 안건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는 전화였다고 했다. 실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안건들을 검토하고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자신의 의중은 묻지도 않은 채 일방적인 요구에 불쾌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어떤 공동체든지 공동체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고 정치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의 현장에는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에 사적 감정을 주입시켜 혼란을 주는 정치꾼도 있을 수 있다. 또 너무 순진해서 정치꾼의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분별하지 못한 채 정치꾼이 원하는 쪽으로 한 표를 던져 본의 아니게 특정인을 끌어내리고 사장(死藏)시키며 정치범으로 전락 되는 사람도 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변을 끼고 있는 내 고향에서는 ‘살아있는 게를 담아놓은 그릇에는 뚜껑이 필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릇에 담긴 게가 탈출하려 하면 집게발로 서로 물고 늘어지기에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우리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게를 담아놓은 그릇같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숲은 멀리 볼 때 아름답다. 멀리서 보면 실상은 보이지 않고 허상만 보이기 때문이다. 숲에 가까이 가면 실상이 보인다. 고사목(古死木)도 보이고, 태풍에 꺾이고 쓰러진 나무도 보이며, 해충 피해를 입어 가지만 앙상한 나무도 보이고, 볼썽사납게 썩어가는 노거수(老巨樹)도, 그뿐 아니라 다른 나무를 칭칭 감아 성장을 방해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담쟁이와 칡넝쿨까지도 분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을 우리는 ‘숲’이라 부른다.
우리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라는 숲을 가꾸기 위해 노심초사 수고하는 총회장과 임원, 실행위원 및 총회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아름다운 숲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지 제안해본다.
.gif)
(2).jpg)
.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