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희 목사 [원정교회]
온 나라가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열광하고 있다. 국내 출판계에서 ‘수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라는 밀리언셀러를 노벨상 수상 발표 후 6일 만에 달성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서 그의 사고와 신념을 독자에게 호소한다. 작가의 글쓰기를 통해 그의 사유(思惟)를 짐작할 수 있듯이 하나님은 천지창조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셨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성경을 펼치면 첫 장 첫 줄에 기록된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만물의 창조주이시다. 어떤 증명이나 설명도 없는 이 선포를 믿음으로 수용할 때 신앙은 비로소 시작된다. 계시된 성경은 이미 고백 된 신앙 위에서 참되게 읽히기 때문이다.
창조 이전의 시간은 측정조차 할 수 없는 영원함이다. 창조는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시간을 규정(規定)하신 사건이다. 그러면 태초 이후 시간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바로 창조의 산물인 태양계의 움직임을 통해 규정된다.
하루 24시간은 지구가 한번 자전(自轉)하는 주기이며, 1년 365일은 자전하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번 도는 공전(公轉)의 주기이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이 땅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운행(運行)하심으로 우리의 시간은 흐르게 되었다.
창조자는 그 창조한 것을 초월(超越)한다. 천지창조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눈뜨게 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창 1:5) 왜 하나님의 시간은 저녁부터 시작하는가? 혼돈과 공허 흑암의 깊음 위에 빛을 창조하심으로 시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시간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정확하다.
창조를 통해 끝없는 영원함 속에서 시간을 규정하신 하나님은 또한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특정(特定)하신다. 하나님의 관심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또 영원토록 변함이 없으시다. 하루의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은 만물에 공평한 시간의 수동적 흐름이다.
그러나 영원하신 하나님은 시간을 계수(計數)하신다. 하나님은 창조의 시작부터 시간을 계수하고 완전한 6일간의 창조는 안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나님의 안식은 만물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결과였다.
모든 피조물은 수동적 시간의 흐름 속에 활동과 휴식이 교차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안식한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하나님처럼 시간의 수동적 흐름에서 벗어나 시간을 계수할 수 있다.
시간을 계수할 수 있는 존재만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므로 안식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에게 부어주신 은총이며 이후에 율법의 안식일 준수를 통해 이 안식은 종과 짐승에게 흘러간다.
그러나 인간은 죄의 결과 타락했다. 하나님 안에서 누리던 참된 안식이 사라졌고 지금도 신음한다. 이제 인간에게 시간은 안식이 아닌 분주함과 죽음에 쫓기는 것이 되었다. 더불어 하나님은 창조의 회복을 위해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 하나님께서 규정하신 시간과 특정하신 공간 속으로 하나님 자신을 한정하신 사건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다. 하나님의 절대적 사랑 외에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운 경륜이 아닌가?
노벨 위원회는 작가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녀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다.” 나는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한다. 그렇게 인간 실존을 폭로할 뿐만 아니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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