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록 목사 [푸른초장교회 / 다문화선교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는 본격적으로 초국가시대의 특징인 이주의 국제적 이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상황에서 이민자의 유입을 유일할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5천 년 단일민족, 순혈주의 정체성 유지를 민족적 긍지로 지켜왔으나 다문화 시대를 맞아 훈고학적 고집이 사라지고, 한국인의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김구 선생은 “산에는 한 종류의 나무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며 일찍이 다문화 시대를 예견 한 바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인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거나, 새로운 한국인의 시민성 인식을 제고 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전국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주민은 확실히 우리의 자원임이 증명되었고(제조업분야 인력의 80% 이상) 그들의 자녀는 우리의 미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1만 명씩 증가하는 이주민 자녀는 이주 배경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장차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했을 때 두 개의 부모 나라를 배경으로 활동하게 되며, 이중언어(한국어, 부모의 언어)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이중 커뮤니티는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며, 이주민의 복음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화교 출신 목사는 국내에서 신학을 공부하기 전부터 한국교회와 대만 교회 간의 통역 사역으로 양국의 선교와 목회 교류에 도움을 주었으며, 현재 대만 복음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의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려면,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사회진출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중도입국자녀(외국인 출생자로서 부 또는 모와 동행한 자녀) )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국적취득이 안되면 아르바이트나 취업을 할 수가 없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을 취득해도 사회진출은 요원하기만 하다. 둘째: 편견과 차별의 벽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그로 인해 이들이 가진 장점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학자들 가운데서도 이 아이들에게 적절한 처우를 해주지 않으면 장차 사회의 폭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필자는 20여 년을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하고 그들의 꿈과 희망은 민들레꽃처럼 아름답다. 지난 27일 한국교회는 서울 도심에서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우리 교단도 적극 참여하여 반 기독적 법률제정에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기독교인이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흔드는 법률제정이 10년째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민정책 현장의 한 가운데 들어와 보니 우리 사회는 이주민과 그 자녀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의 벽이 너무 높다.
이주민과 그 자녀들은 법률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편견과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예수님은 주로 사마리아와 이방지역으로 불리던 갈릴리 나사렛 마지널리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시면서 지내셨다.
우리는 이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하나님은 또 작은 자의 하나님도 되신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이 새로운 물결을 거스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이주민들에게 보편적 인권 보호 차원의 생존의 욕구, 문화적 욕구에 이어 비차별 법제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통합과 국익, 더 나아가서 이주민 선교 목회를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이주민을 고려한 선별적인 비차별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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