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호 목사 (평강교회, 목회예식서 편찬위원장)
기독교인들을 비난하는 인터넷상의 악플들을 보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방을 욕할 때 사용하는 개(dog)를 갖다 붙여서 기독교를 모욕하려고 만든 신조어인 듯합니다. 그런데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발상을 갖도록 빌미를 준 것이 「개신교」라는 말임은 쉽게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신교」라는 이름을 악의적으로 풀어서 말한다면, “개를 신으로 믿는 종교”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개신교」라는 말은 우리 기독교(基督敎, Protestant)가 우리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서 만든 용어가 아니라, 천주교가 우리를 부르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기독교를 가리켜 「개신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심지어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도 우리 자신을 가리켜 「개신교」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고, 교계 신문이나 방송에서조차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신교」라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을 적절하게 나타내는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자신을 지칭할 때에 「개신교」라는 이름을 써서는 안 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개신교」라는 이름은 우리가 믿는 신앙을 나타내는 이름이 아니며 그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개신교(改新敎)」라는 말 그 자체로는 “고쳐서 새로 만든 종교”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고친 종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힌두교를 고쳐서 새로 만든 종교가 「불교」이고, 「불교」를 고쳐서 새로 만든 종교가 「자이나교」입니다. 「개신교」라는 명칭은 어느 종파나 있을 수 있는 혁신 종교를 의미할 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믿는 신앙을 나타내기에는 전혀 적절한 이름이 아닙니다.
어떤 종교든지 자기 종교의 이름을 지을 때는 자신들이 믿는 신(대상)이나 사상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이름, 즉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부처를 믿기 때문에 「불교」라고 하고, 브라만을 믿기 때문에 「브라만교」, 마호메트를 믿기 때문에 「마호메트교」라고 합니다. 반면에 「개신교, 改新敎」라고 하면, 무엇(누구)을 믿는 종교인지 알 수 없는 정체성 없는 이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을 믿는 종교인지 알 수 없는 「개신교」라는 말을 쓰지 말고, 「기독교」 또는 「예수교」라는 말을 써야 합니다. 「기독교」라는 말은 그야말로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개신교」라는 이름은 천주교가 우리에게 붙여준 이름으로서, 천주교와의 상대적인 의미를 가진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개신교」라는 말은 “기독교에는 천주교와 개신교 두 종류가 있는데, 천주교가 먼저 생겼고 천주교에서 개신교가 갈라져 나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신교라는 이름은 우리가 믿는 신앙이 절대적이거나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천주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종속적인 종교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신교」라는 말을 쓸 때에는 우리의 뿌리가 천주교에 있고 우리의 시작이 16세기의 종교개혁임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기독교」라는 말을 쓸 때에는 우리의 뿌리가 예수 그리스도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종교)임을 의미하면서, 천주교를 우리와는 다른 별개의 종교로 구별시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종교개혁은 기존의 종교를 고쳐서 새롭게 하려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사도들이 전해준 본래의 성경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자고 하는 복고주의운동(復古主義運動, reactio nism)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개신교」라는 이름은 우리가 믿는 신앙의 정체성을 나타내지도 못하며, 그 믿는바 진리의 정통성과 유일성을 상실한 이름이므로 우리 기독교인들은 마땅히 쓰지 말아야 할 용어이며, 대신에 신앙적 자부심을 가지고 「기독교」라는 말을 써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1월에 8개 교단장들이 모여서 「개신교」라는 용어 대신에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기독교연합신문, 2002.2. 10.보도). 왜냐하면, 「개신교」라는 용어는 ‘가톨릭에서 파생된 종교라는 의미에서 기독교를 하대하는 의미로 가톨릭에서 기독교를 호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기독교」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