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

1995년도에 출판된 “한국교회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저자인 박하규  목사는 이 책에서 “어디를 가나 교회가 있고 신자들이 성대한 예배를 드리며 설교를 듣고 있는데, 사회는 왜 변하지 않고 있으며, 신자들 자신은 왜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한국교회에 이상이 있고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를 박하규 목사만 한 것은 아니다. 의식 있는 많은 분들이 한국교회의 문제를 수 없이 지적하며 개혁을 외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십 수 년 전부터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었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을 한다면 오진을 한 것일까? 더 늦기 전에 한국교회에 개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하지만 개혁의 바람을 기대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개혁을 피력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도 아니다. 개혁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힘이 없다. 물론 개혁을 절규하는 분들 중에 힘 있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힘이 없기에 개혁은 요란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어떤 힘이 있어야 할까? 그것은 정직이다. 구약에서 개혁자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요시야 왕이다. 요시야 왕은 개혁에 성공을 했다.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정직에 있었다(왕하22:2). 그는 하나님 보시기에 정직히 행했다. 요시야 왕이 정직하지 않으면서 개혁을 요구했다면 백성들이 따라주지 아니했을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개혁을 수없이 외쳤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개혁을 주문했다. 그러나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만큼 개혁에 성공한 적이 있었던가? 국민들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까닭은 개혁을 요구했던 사람들이 정작 정직성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개혁의 문제도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국교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 현실은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아니해도 만천하가 알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말하기 부끄럽게도 목회자들의 거짓이 자리하고 있다. 정직하지 못한 목회자들이 한국교회가 불신을 받는데 한 몫을 했다. 교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는데 일조를 한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거짓말을 일삼는 목회자들이다. 아니라고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정직한 목회자들에게는 너무 가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직을 생명 같이 여기는 목회자들까지 부정직한 목회자들과 싸잡혀 도매금으로 취급받을 때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진정 교회 개혁을 원한다면 정직의 회복부터 있어야 한다. 그 중에 시급한 것은 교회 재정 사용의 정직성이다. 한국교회에는 지금도 분쟁과 갈등으로 시끄러운 교회가 한 둘이 아니다. 그 한복판을 들여다보면 재정 사용의 불투명이 꽈리를 틀고 있다. 교회 헌금 사용에 대해 목회자의 정직성을 의심받으면서 촉발되는 사태가 한 두건이 아니다. 목회자라면 누구나 물질에 깨끗해야 한다는 말을 신학생 때부터 자주 들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간의 길을 가려는 목회자들이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10월 31일은 495주년 되는 종교개혁일이다. 종교개혁 기념주일이 다가올 때 마다 한 번씩 외치는 구호가 무슨 힘을 발휘 하겠는가, 그냥 목회자의 정직성부터 회복된다면 이것이 바로 개혁의 힘이 아닐까, 한국교회 안에 정직함의 회복으로 제 2의 종교개혁을 기대한다면 헛된 망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