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교단 총무)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눅2:52).” 갓난아이는 약 20~30cm의 키에 3~4kg의 체중으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자라기 시작합니다. 한 달 만에 보면 몰라보게 자란 것을 알 수 있고, 돌잔치 때 보면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것을 봅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크는 줄 알았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최고의 성장점에 도달하면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약 계속 자란다면 아마 아파트도 지금 크기와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나무도 계속 자라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자라면 성장이 멈춰지고 자기를 유지하도록 옆으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후에는 자기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숙입니다. 키는 제대로 컸는데 자기 역할을 못한다면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성장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역할이 주어질 때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합니다.

신체적 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정서적 성장입니다. 어린아이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염치고 체면이고 없고 무조건 엄마가 올 때까지 울어 제킵니다. 배가 부르도록 젖을 먹었어도 아이는 웁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불안심리가 작용하여 우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버림받은 것 같은 감정이 작동하여 몸부림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뢰가 쌓이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지 않아도 울거나 보채지 않고 잘 적응하게 됩니다.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을 실천하며 베풀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잘 아는 여자성도에게 전화로 김장 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미 김장을 했고 김장하지 못한 이웃들에게도 한 통씩 나눠주었다는 대답을 듣고, 이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숙한 태도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사랑이 가슴에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웃을 배려하며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변에 감정적으로 어른아이(성인아이)가 제법 많습니다. 자기 욕심만 부리고 남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받은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고 항상 손을 벌리며 요구만 하지 나의 것을 희생하며 섬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발신자 익명의 통칭 괴문서를 받아보고 놀랐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언제까지 이런 행위를 계속 보아야 할까요? 자기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다고 거칠게 추측성 인신공격의 글을 써서 교단의 목회자들에게 보내놓고 뒤에 숨어서 은밀하게 즐기고 있는 사람도 감정적 성숙에 이르지 못한 사람일 게 분명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영적 성숙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고 나를 통해 그 뜻이 성취되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삼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 목숨 걸고 헌신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고난 앞에서 깊이 기도하며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눅22:42)’ 구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반드시 하나님과 만나는 경건의 시간을 갖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인도함을 받으며 거룩함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묵상하며 성령의 음성을 듣고 인도함을 받아야 영적 성숙에 도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John Maxwell은 “성숙한 사람은 성장을 위해 최대한의 책임(Complete Responsibility)을 지며, 실수들이 있기 전에 배우고(Learns Before Mistakes), 인내하며, 좋은 습관(Good Habits)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나이 먹고 신앙연륜이 깊어짐에 따라 저절로 성숙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다시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자신을 돌아보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