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국 목사 (늘사랑교회 /본지 편집위원)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실종되었습니다. 그것은 교회가 복음에 대해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내용들은 왜 그토록 오래도록 등한시해 왔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그래서 왜 하나님의 정의가 그토록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렇게 오래도록 무시되고 등한시 되었는지 몇 가지 이유 중에 두 가지만 지적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가 지배문화의 종교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4세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권력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기독교와 지배문화의 동거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기독교인들은 사회질서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에 내세에서의 개인구원이 주된 메시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고, 오늘날도 대부분의 교회들은 사후 영혼 구원을 복음의 핵심으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목적을 영혼 구원으로 한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성경의 정치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공산주의자처럼 무신론자로 매도되거나 해방신학에 물든 불순분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 오늘날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주의의 지속적인 성장과 지배입니다. 역사와 문화가 발달하면서 개인주의는 점차로 사회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솔제니친이 미국에 망명한 후 미국은 기독교를 신봉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기를 예배하는 나라라고 말한 것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현대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특질은 개인주의입니다. 물론 개인주의에는 좋은 면들이 많습니다. 개인의 삶의 가치, 개인의 권리의 중요성, 개인의 선택과 기회에 대한 강조 등이 그것입니다. 개인주의는 자유를 강조하며, 또한 자유는 하나님의 선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문화의 핵심가치로서의 개인주의는, 사회체제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눈에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듭니다. 사회체제는 개인을 넘어서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서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정의를 위한 성경의 열정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사회체제에는 정치체제, 경제체제, 인습체제가 포함되는데 인습체제란 사회 속에서 간직된 문화적 태도들과 가치들을 말합니다.

이런 요인들은 흔히 억압적인 것들입니다. 문제는 흔히 체제적 불의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불의한 정치, 경제, 사회체제가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인간의 고난의 원천입니다. 그 반대는 물론 체제적 정의로서 구조적, 사회적, 실질적, 혹은 분배적 정의입니다. 사회체제의 정의에 대한 시금석은 그 체제가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입니다. 즉 사회체제가 어느 정도까지 인간을 꽃피우게 하는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성경의 중요한 목소리들은 세계를 지배한 왕국들과 제국들의 체제상의 불의에 대해 저항합니다. 그 목소리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희생자들을 위해 체제상의 불의에 대해 저항합니다. 선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것이 성경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통해 그것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이며 그 복음의 핵심적인 표현이 바로 하나님 나라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듣게 되는 교회의 모습, 그리고 타락한 목사들의 모습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교회가 세상의 방식을 따라갈 때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는 필연적인 결과물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르지 않고 세상 풍습을 좇는 사람들에게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결핍의 현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