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현 목사 (안성중앙교회)

봄의 환희와 함께 부활의 향기가 산곡의 백합화처럼 코끝에 스치는 계절이다. 교회력에 의하면 부활주일은 춘분 후 최초의 만월 다음의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키며, Easter Day 또는 Easter Sunday라고 부른다. 시간적으로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절적으로 부활절은 어둠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생명으로 빛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잘 나타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스만(Osman)제국의 절정기에 술탄에 올랐던 바야지드(Bayazid)라는 사람은 자기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남겼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혁명가였고, 신께 드린 나의 기도는 <나에게 세상을 뒤엎을 힘을 주소서>였다. 그러나 그가 중년에 이르러 자기 인생의 절반이 덧없이 흘렀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기도의 내용을 바꾸었다. <나에게 저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변화시킬 힘을 주소서> 그러나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주위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가 늙고, 인생의 뒤안길과 여생을 헤아리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우둔함을 눈치 채게 되었다. 노년의 그의 기도는 이렇게 변했다. <나에게 내 자신을 변화시킬 힘을 주소서> <내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했더라면 내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을거야!>

바야지드의 고백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먼저 나 한 사람이 변화되는 것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변화 받은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말해 준 것이다.

우리는 사도 바울을 기억한다. 원래 사울이라 불리던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이름뿐만 아니라 삶 전체가 변화된 사람이다.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 인해 변화(conversion) 되었고 기독교 역사의 수레바퀴는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옮겨 갔을 뿐만 아니라 율법에서 은혜로 그리고 장로의 유전과 전통에 목매달았던 그가 아가페사랑의 화신으로 변해갔다.

부활은 변화(conversion)이다. 영어에서 쓰이는 접두사 con-은 함께하다, 혹은 완전하게 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뒤에 오는 단어에 따라 col, com, cor, 혹은 생략되어 co로 쓰이기도 한다. 즉 바울의 회심(conversion)은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with) 하였기에 새로운 버전(2.0)이 될 수 있었다.

영국의 천재시인 이라 일컫는 바이런(Byron)의 일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케임브리지 재학 시절 영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시험 시간에 일이 생겼다. 교수님이 감독을 하는데 바이런이 시간이 다 지나도록 답을 한 줄도 적지 않는 것이었다. 시험문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예수의 기적을 신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라는 것이었다. 평소 바이런을 아끼던 교수님은 “단 한 줄이라도 쓴다면, 낙제는 없을 걸세” 그러자 바이런은 이렇게 한줄 적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매 얼굴빛이 붉어지더라” 

바울 한사람의 변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변화되고, 마침내 세상을 변화시켰다. 사도 바울이 직접 복음을 전하여 구원받게 된 사람도 많지만, 그가 써놓은 성경의 말씀들을 통해 이 천년 동안 구원 받은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나는 늘 제자리를 맴돌면서 다른 사람에게 변하지 않는다고 남의 탓만 한다면 우리에게는 소망이 없다. 먼저 나 자신이 변할 때 가정도 변하고, 이웃도 변하고, 마침내 세상도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내가 변해야 교회도 변하고, 내가 변해야 이 나라와 민족도 변할 수 있으리라. 봄의 환희와 함께 부활의 향기가 우리의 삶의 자리에 머물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