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교회 차주호 목사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할 때 꼭 나이를 물어본다.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알아야 상대를 제대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인에게는 이런 모습이 아주 낯선 일이다. 나이는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따져 묻는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1614년(광해군 6년)에 이수광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사람이 처음 났을 때를 ‘영아(?兒)’라 하고 3세를 ‘소아(小兒)’, 10세를 ‘동자(童子)’라 한다. 15세를 ‘성동(成童)’이라 하고 16세를 ‘정(丁)’이라 한다. 20세를 ‘약관(弱冠)’, 30세를 ‘장(壯)’, 40세를 ‘강(彊)’, 50세를 ‘艾(애)’라고 한다. 60세를 ‘기(耆)’라 하고 70세를 ‘모(?)’, 80세를 ‘질(?)’, 90세를 ‘황구(黃?)’, 100세를 ‘기이(期?)’라고 한다. 또 1세에서 5세까지를 ‘영해(?孩)’, 7세 이하를 ‘유자(孺子)’, 10세 이하를 ‘초츤(??)’, 14세 이하를 ‘동관(童?)’이라 한다. 또 여자를 ‘영(?)’이라 하고 남자를 ‘아(兒)’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해(孩)’는 뼈가 겨우 이루어진 자를 말하는 것이요, ‘유(孺)’는 길러주는 사람이 필요한 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자립했고, 40세에 유혹에 빠지지 않았고, 50세에 천명을 알았고, 60세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70세에는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서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등의 말이 나왔다. 

연령 구분은 그 때마다 할 일과 연관되어 있는데 ‘예기(禮記)’의 ‘곡예(曲禮)’ 上에 보면 “사람이 나서 10세가 되면 ‘유(幼)’라고 하는데, 이때 밖에 나가서 배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 하는데, 이때에는 관례를 치른다. 30세가 되면 ‘장(壯)’이라 하는데, 이때에 아내를 취하여 가정을 이룬다. 40세가 되면 ‘강(强)’이라 하는데, 이때에 벼슬한다. 50세가 되면 ‘애(艾)’라 하는데, 이때에 정치를 주관한다. 60세가 되면 ‘기(耆)’라 하는데, 이때에는 남을 지시하여 시킨다. 70세가 되면 ‘노(老)’라 하는데, 이때에 집안을 아들에게 전한다. 80, 90세를 ‘모(?)’라 하고, 7세를 ‘도(悼)’라 하는데 ‘도’와 ‘모’는 죄가 있어도 형벌을 가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期)’라 하는데 이때는 부양을 받는다. 대부는 70세가 되면 벼슬을 그만 둔다. 만약 그만 두지 못하면 반드시 궤장(?杖, 지팡이와 몸을 기대는 안석)을 하사받는다.”고 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살아 온 한국인들을 크게 3개의 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1960년대가 오기 전 태어난 ‘기성세대’,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진보적 정치 성향과 기존 질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을 특징으로 하면서 개인주의와 풍요한 소비를 중시하는 ‘X세대’, 그리고 1977년 이후에 태어난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네트워킹에 익숙한 ‘N세대’가 그들이다.

X세대가 한국 사회의 주축을 이룬지 오래며 세계적으로도 데이비드 윌리엄 도널드 캐머런(David William Donald Cameron) 영국 총리는 약 200년 영국정치사에서 가장 젊은 총리로 1966년 10월 9일생,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대통령은 1961년 8월 4일생, 그리고 그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Michelle LaVaughn Obama)는 1964년 1월 17일생인 것을 보면 세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X세대 지도자들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선교 2세기에 접어든 우리 예성에도 앞으로 교단을 이끌어 갈 더 많은 신선한 X세대 지도자들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기성세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91회 총회 회의록 [별지 8] 제 91회 총회 대의원 파송 현황에 나타난 대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파송 대의원 629명 중 70세 이상 94명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태반이며 그나마 50대는 젊은층에 속하고 3, 40대는 소수에 불과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서울남지방회 정기총회에서 ‘장로 장립 청원서’를 심리하던 중 장로 후보자 가운데 한 분이 1974년생인 것을 보고 매우 신선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 속히 예성 교단의 X세대들이 교단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범교단적으로 적극적인 격려와 후원을 고대하며 아울러 X세대들의 약진(躍進)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