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지 목사 [양문교회/본지 편집위원]

사도행전 6장에서 초대교회는 성령 강림 이후에 사도들이 박해를 받아서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는 상황가운데서도 놀랍게 성장했다. 그런데 이런 교회에도 문제가 생겼다. 헬라파, 히브리파 여인들의 구제문제로 교회 안에서 파당이 생기고 다툼이 일어났다. 그 때 사도들이 함께 모여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어떤 사람이 문제를 일으켰느냐를 탓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풀므로 교회는 전화위복이 되어서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왕성하여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의 수가 더 심히 많아지고 허다한 제사장의 무리도 이 도에 복종하니라”(행6:7)고 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도들이 사역의 본질, 즉 말씀전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구제는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사역이다.

그러나 구제는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의 본질이란 본래부터 갖고 있는 근본적인 성격을 말한다. 그래서 본질이 중요하다. 이 본질의 결과는 현상이다. 마치 나무에 비유한다면 뿌리는 본질이다. 그리고 그 줄기나 잎사귀는 현상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보이는 현상에 너무 집착하는데 오늘의 교단과 교회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단의 정치가 필요하고 교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을 진정으로 자기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맡겨진 기간 동안 온전히 교단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할 것이다.

오늘 사회의 질책과 교단 내의 갈등의 문제를 보면서 오늘 우리 교회가 무엇보다도 에베소교회처럼 첫 사랑을 회복하고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우리 교회가 사는 길이요, 우리 교회의 모든 지체들을 살리는 길이다. 또한 그렇게 본질로 돌아갈 때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고 힘들어도 묵묵히 농어촌에서 또는 도시 미자립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대다수의 사역자들에게 희망과 격려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는 세상의 비난과 무관심속에 있는 데도 너무 자기중심의 유익과 외형적인 명예와 권력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어떤 명예를 가지면 모든 것을 다 갖는 것처럼 올인하는 것이야말로 교회를 파괴하는 요인이다. 보이는 권력과 자리는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 본질은 관계의 문제이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신앙의 본질인 것이다. 이 관계가 깨어지면 아무리 외형적인 것이 거창하고 대단해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것들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도하는 것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오늘 우리 교회에 나타나는 문제점은 바로 이 본질을 잃어버리고 본질이 아닌 것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다. 교회당을 호화롭게 짓고 자기가 교회의 주인인양 치부하고 요직이나 명예와 권력을 좇아 연연하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여긴다면 이는 본질을 버리고 현상에 매여 있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 선배들의 문제는 신학과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의 문제였다면 최근에 우리 교단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실리만을 추구하는 철저한 이기적인 욕심에서 헤쳐모이는 이합집단을 이룬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철학도 이념도 동료도 선후배도 없다. 명분은 교단을 위하고 하나님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헌신이 없는, 자기 욕심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서 어떤 자리를 탐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교단의 모두를 실망시키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는 곧 이어 불명예가 되고 있고 뿐 만 아니라 우리는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대에 서야 할 그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종말론적인 자세로 오늘을 바라보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