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교단 총무]

며칠 전(20일) 24절기 중 곡우(穀雨)가 지나갔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는 속담이 있다. 반대로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좋아하는데 다행히도 전국에 비가 내려 만물이 힘을 얻고 생명의 기운을 드러냈다. 봄 가뭄이 심하던 차에 마침 비가 촉촉이 내려 대지를 적셔주어 농민들의 근심을 덜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멀리 지방에 있는 지인에게 안부를 전했다.

그랬더니 “비가 와서 좋은데 꽃은 다 떨어지네요!”라고 대답하였다. 요즈음 카카오톡(kakao-talk)이나 페이스북(face-book)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꽃에 대한 글들이 많은 것을 본다. 너도 나도 아름다운 꽃 사진을 올려주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한창 봄꽃의 시즌이라 할 수 있다. 거리마다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진달래와 철쭉이 산에 가득하여 꽃 천지를 이루고 있는데, 봄비로 인하여 화려하고 아름답던 꽃잎들이 다 떨어지게 되었다.

세상의 일은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가 오면 농부들에게는 좋고 땅에 물이 고여 씨앗이 쉽게 싹이 틀 수 있기에 얼마나 유익한가. 그러나 그 비바람에 화려한 꽃잎새들은 하나둘씩 땅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무언가 하나는 양보해야만 한다.

제92회 총회를 앞두고 총회 임원선거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회장을 비롯한 8명의 임원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어 근래 보기 드문 선거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되어 너무나 기쁘기 그지없다. 대형 교단이라는 모 교단을 보니 부총회장에 3명의 후보나 난립하여 과열 선거전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도 예년에는 과열 선거열풍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편 가르기를 일삼았는데, 이번에는 후보들끼리 양보하고 타협하여 단일화를 이루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 일로 인하여 모 목사님은 제게 ‘후보자가 많아야 총무가 쓸 돈이 많아지는데 어쩌지?’하며 걱정 섞인 농담을 건넨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싸우며 부자 되는 것보다 화합하여 가난한 것이 더 좋습니다.’ 이는 성경의 정신이요 가르침이다. ‘적은 소득이 공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나으니라(잠16:8).’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 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17:1).’

1년 가까이 총무로서 총회를 섬기면서 몇 차례의 괴문서를 접하였다. 우리 교단에서만 볼 수 있는 인신공격 방법이다. 걸핏하면 나타나는 괴문서를 보며 마음이 아프다. 살다보면 서운한 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때마다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한을 풀려고 한다면 결국 본인도 더 극심한 피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괴문서에 대해 절대 긍정하지 말고 무시하며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작성한 자에 대해 사정없이 공격하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까?’라는 속담을 인용하여 은근히 내용을 인정하려는 태도를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작년 9월 모 장로교단 총회에 1500명의 대의원이 세 명만 사유서를 제출한 후 결석하고 나머지는 끝까지 총회에 참석하는 광경을 보며 ‘과연 성숙한 교단은 뭔가 다르구나, 우리도 이런 것은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92회 성총회를 앞두고 모든 대의원들이 기쁨으로 참석하여 성결인의 축제를 벌이고 꿈과 비전을 실현하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기를 소원한다. 예전과는 다른 참여의식을 가지고 꼭 참석하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희망해도 무리는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