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 목사 [성결대학교 교목}

몇 년 전에 성결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단기선교봉사로 일본을 다녀온 적 있다. 모 교수님이 단장으로 내가 부단장으로 학생들과 같이 선교봉사를 갔었다. 성결대학교에서는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는 선교봉사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학교에서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으로 지금도 열심히 선교봉사를 나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가졌던 일본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하는 좋은 선교여행이었다. 오사카 지역으로 다녀왔는데 그 곳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기독교 복음이 들어가서 융성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일본 목사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일본 목사님은 일본의 과거 기독교역사에 대한 연구를 수 십 년을 해 오신 분이었다. 우리 선교봉사 팀은 그 분의 자택으로 초대를 받아 여러 가지 유물과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듣게 되었다. 기독교가 처음 일본에 들어오고 몇 년 만에 급격히 기독교 선교가 이루어지면서 이 맘 때 즈음에 벚꽃이 만발하고 오사카 항구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광경은 너무 환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한다.

온갖 배들이 항구에 떠 있으면서 횃불을 밝히고 부활의 기쁨과 봄의 향연을 만끽하는 모습 등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독교의 꽃이 피려할 때 일본의 군국주의와 천왕과 지도층, 기득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독교가 포교 되어 가다가는 자기들의 입지가 흔들리게 되고 나라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대대적인 기독교 말살정책을 단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기독교 신앙을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가지게 되면 연대책임을 물어서 온 가족에게 엄청난 불이익(벌금)과 왕따, 이지매,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를 신고하는 자에게는 어마 어마한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독교 신앙을 잘 고발해서 적발하게 되면 일생을 먹고 놀아도 될 정도의 포상금을 내걸었던 그 당시의 방(榜)을 일본 목사님이 유물로 보여주셨다. 나도 그것을 보고 놀랐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 많던 기독교 신앙은 한순간에 사그라들게 되었고, 믿더라도 속으로 혹은 숨어서 비밀리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이웃을 믿을 수가 없다. 일본 목사님으로부터 일본사람은 속(혼네)과 겉(다테마에)이 다르다고 하는 이유 중에 이런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가까운 이웃이라도 쉽게 자기의 속내를 들어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참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정직한 면들이 있지만, 어떤 집단이나 단체, 국가적으로 보면 무서울 정도로 변하는 것이 일본인들 같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더 오랜 기독교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도 일본의 복음전도율은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나는 일본선교봉사를 다녀오면서 우리가 말세에 선교해야 할 곳, 땅 끝이 이 땅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원주민에게도 가서 복음을 전해야겠지만, 일본이야 말로 우리의 원수 같은 나라일지라도, 우리에게 맡겨진 니느웨가 아닌가 라고 되뇌어 본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는 잘 살지만 천왕이니 사무라이니 군국주의와 대륙으로의 진출 등 특이한 민족성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침략 약탈하고도 조금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배상이 없이, 과거에도 그렇지만 요즘도 여전히 변함없이 일본 수상과 정계, 국회의원들의 신사참배는 계속되고 있다.

약 800만 가지의 온갖 잡신들이 우글거리는 나라, 얼마 전에 쓰나미와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서 고통을 당하는 나라, 다시 지진과 후지산 화산폭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나라, 언제 바다 속으로 침몰할지 모르는 나라, 그래도 전혀 하나님을 찾거나 회개를 모르는 나라, 그래서 복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 그렇지만 복음에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계속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쳐온다면 언젠가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순교의 피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일본에 기독교가 성장하게 되면 다시 과거 150여 년 전에 핍박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일들이 다시는 그 땅에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제 그들이 인간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그들의 속내를 들어 내 놓고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게 하나님을 간절히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