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 목사 [성결대 전 총장/본지 명예주필]

1. 성결의 명령
성결의 명령은 중생한 신자에게 주어짐이 특징이다. 불신자에게는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고 영생의 길을 물으러 온 니고데모에게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고, 세례 요한이나 예수님의 첫 외침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3:2, 4:17) 하신 것을 보아서도 구원을 위한 ‘회개’와 완전한 구원을 향한 ‘성결’의 명령이 그 대상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에게 주어진 성결의 명령은 이미 죄악의 장소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땅 가나안에 이른 아브람에게 주어졌다(창 12:1). 갈대아 우르는 세상의 모형이고, 가나안은 약속의 땅이었다. 세상에서 불러냄을 받아 그리스도에게 연합한 성도들이 교회(ekklesia: called out people)인데 갈대아 우르로 대표되는 죄악 세상에서 불러냄을 입은 아브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이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창 17:1)는 성결의 명령이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죄악의 자리를 떠나는 것이 거듭남이라면 “완전하라”는 명령은 중생한 성도에게 주시는 성결의 명령이다.

교회 공동체에게 주시는 성결의 명령이 있다. 세상으로 대표되는 애굽에서 430년이나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세의 손을 통해 해방하신 것은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2) 하신 말씀대로 그리스도 안에서 정죄함을 벗어난 거듭난 신자들의 삶에 비유할 수 있다.

거듭난 신자들이 ‘교회’인 것처럼 애굽에서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교회’라고 표현하고 있다(행 7:38). 애굽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여 내신 하나님께서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라고 말씀하셨다(레 22:32-33). 이스라엘을 구속하신 하나님께서 광야교회인 자기 백성들에게 ‘거룩’을 명령하시되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1:45) 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즉 떠남을 통해 거듭남을 체험한 교회에 두 번째 주시는 명령이 ‘성결’의 명령이다. 죄인을 불러 속량하신 하나님께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사 거룩한 백성으로 세우신다.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속량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딛 2:14) 하신대로 속량하신 후 깨끗 즉 성결하게 하시는 것이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라 말씀하신 하나님께서는 불러내신 주의 백성들로 친히 거룩하게 하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다. 거룩 또는 성결은 인간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성결’은 성부 하나님의 명령일 뿐 아니라 성자 예수님의 명령이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따라 배와 그물 즉 세상 직업을 버리고 온전히 주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성결을 명령하셨다. 수제자인 베드로가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사온대”(마 19:27) 라고 말한 것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니 중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 다시 말하면 거듭난 신자들-에게 “온전하라”(마 5:48)는 성결의 명령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인 루터와 칼빈이 말한 대로 거듭난 신자 안에도 여전히 죄가 있기 때문에 중생한 신자들을 “용서 받은 죄인”(forgiven sinner)이라 불렀고 ‘신자 안에 죄’(sin in a believer)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자기의 죄를 깨닫고 이를 하나님께 자백함으로 그리스도의 보혈로 정결함 받은(요일 1:9) 신자들 안에도 또 죄(여기서 죄란 단어는 단수로 쓰여 원죄를 지칭한다)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신자들이 자백하는 죄는 자기가 지은 죄(원문과 영역본에서는 복수 형태임) 즉 자범죄를 낱낱이 회개하는 것을 말한다.

지은 죄에서 정결함을 받은 신자들이라도 그 안에 여전히 ‘죄의 법’(롬 7:23)이라고 불리는 죄성(罪性)이 있으니 곧 아담으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죄 즉 원죄(原罪, original sin)이다. 이 죄의 법이 거듭난 신자들을 죄로 끌며 신자로 번뇌하게 한다. 이 번뇌 즉 신령한 싸움은 이 세상을 떠날 때 즉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죽을 때에야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 라고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게 된다.

여기서 쓰인 세 가지 동사들- ‘싸우고’ ‘마치고’ ‘지켰으니 ’는 모두 완료형으로 쓰여 있다. 즉 현재 상태는 선한 싸움에서 승리했고, 풀 코스(full course)를 완주했고, 믿음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을 고백하며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서 성결은 순간적인 체험일 뿐 아니라 일생을 통해 계속 유지되어야 할 성도의 의무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