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9년 한국이 총회 개최지로 결정된 후 지금까지, WCC는 한국교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보수 성향이 짙은 한국교회의 특성상, 진보적 색깔을 띠는 WCC는 그 자체로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개회를 바로 앞에 두고  WCC 총회는 한국교회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늘날 WCC를 두고 이토록 찬반 논쟁이 뜨거운 것은, 과거 자의든 타의든 WCC가 한국교회와 세계질서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9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이하 예장)는 WCC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지금의 합동 측과 통합 측으로 분열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연합을 지향하는 WCC로 인해 한국교회는 오히려 분열의 아픔을 겪은 셈이 된다.

WCC 입장을 옹호하는 교단들은 한국교회가 WCC를 모르고 오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반대하는 교단의 입장에서는 그간의 WCC가 걸어온 길에 대한 활동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보수성향의 교단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성결대학교의 배본철 교수는 “WCC에 대한 비판론이 거센 이유는 한국교회가 WCC를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세계교회의 연합운동체로서의 WCC가 당연히 해야 할 바를 하지 못하며 정도를 걷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따가운 질책인 것이다.”라고 본지를 통해 밝힌바 있다.

지난 5월 기하성(여의도순복음)측은 WCC부산총회에 바라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를 경계하고 전도와 복음 전파는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WCC가 사회적 국제적 문제해결을 위해 영혼구원과 복음전파의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총회가 되고, 일부의 우려와 오해의 소지를 말끔히 씻어내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 예성도 지난 8월 27일 본지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WCC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총회는 “WCC는 종교 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성경적이며 인본주의 신앙으로 간주하여 단호히 배격하며, 동성애 지지, 일부다처제 허용, 공산주의 찬양 등의 비윤리적 행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전제한 뒤 “부산총회의 참여나 협력 등을 일체 허용치 않고 개 교회 교인들이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교직자들이 선도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성공회 등 4개 교단이 WCC에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WCC의 산하단체로,  위의 4개 교단 외에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구세군대한본영, 정교회한국대교구 등 8개 교단이 가입되어 있다.

WCC로 인해 분열까지 겪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에 충분한 양해와 설명 없이 대회를 유치한 것이 문제의 시작은 아닌지, 공동체의 합의가 없더라도 일단 행사를 치르고 그 결과가 좋으면 다 용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교회일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리는 큰 행사인 WCC총회로 인해 또다시 한국교회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