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용 목사 (참빛교회)

“일하는 것이 나의 인생철학의 근본이다.” 이는 발명왕(發明王)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의 말이다. 오늘은 일에 대하여 나의 짧은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2013년, 이제 두 달여 남았다. 지금쯤 어떤 사람은 시간가는 것을 생각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였는가’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래도 ‘올해는 열심히 일하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에디슨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이여! 시계를 보지 말라. 나는 작업실에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일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현장(field)이 있어야 하고, 일하는 노동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을 업(業)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성경에 하나님은 아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창 3:17).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 3:19). 바울도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 “너희에게 명한 것 같이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너희 손으로 일하기를 힘쓰라”(살전 4:11).

프랑스의 문가(文家)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노동(勞動)은 생명이요, 사상(思想)은 광명(光明)이다”라고 갈파했다. 노동(勞動) 속에 건전한 생명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일을 해야 건강하고 기쁨을 느낀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의 허송세월은 우리의 생명을 좀먹고, 정신을 퇴보시키고, 성격을 병들게 한다. 옛 어른들도 이렇게 말하였다. ‘구슬도 닦아야 빛난다.’ ‘자주 쓰는 호미는 광채가 난다. 그러나 쓰지 않는 호미는 녹슬고 만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일을 해야만 우리의 심신(心身)도 건강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기쁨의 하나는 노동(勞動) 후(後)의 휴식(休息)이다’라고 철학자 칸트는 말하였다.

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31년 전 개척할 때가 생각이 난다. 설립예배를 드린 지 3개월, 교회 안에는 교인이 없다. 어린이 몇 명이 교회를 출입할 뿐 어른 성도가 없다. 분명 선배 목사님들은 교역자는 강단에 엎드려 성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면 부흥된다고 하였는데 강단에 엎드려도 기도할 성도가 없다. 나는 새벽에 강단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신문을 돌리는 청년이 담장 너머로 신문을 던져 넣고는 대문에 분필로 표시를 하고 간다. 나는 그 청년을 따라다녀 보았다.

다음날 새벽기도를 마치고 펜과 종이를 들고 나도 따라 해 보았다. 문패에 있는 이름을 적어 보았다. 한 주간 적어 온 이름이 약 30여명, 나는 그 이름을 강단에 펼쳐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집안에 누가 살고 있을까? 노부모,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기도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기도한 그 사람들은 교회에 안 나오는데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여기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있지만, 자신이 만들어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개척을 시작하였다. 한국교회를 돌아보면 미자립교회가 성장한 교회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목회라는 일이 누가 시켜서 한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목회자가 일을 만들어 하다보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일하고 난 후에 오는 기쁨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요즈음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기에 놀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때는 아마도 일에 몰두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목회도 역시 설교하는 일과 교회 안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일로 심방하고, 엎드려 기도할 때일 것이다. 이렇게 일을 하다보면 교인이 한두 명 늘어나고 교회는 목회자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 간다. 가을이 어떤 계절이던가! 열심히 일한 대가를 거두는 계절이 아닌가? 목양지에서 구술 땀을 흘린 대가를 이 가을에 거두는 기쁨으로 만들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