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열 목사 [복된교회]

 기원전 700년, 부족국가였던 로마가 어떻게 1,100년 동안 세계역사 가운데 중심국가로 우뚝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많은 담론들이 있다. 로물루스에 의해서 출발한 로마는 신약성경의 무대가 되었던 것처럼 대로마제국이 되었다.

기독교 역사에서 로마는 핍박과 잔혹함을 여지없이 들어냈었기에 일편 인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 이래 최장, 최고의 제국으로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토록 위대한 로마제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중용정책이었다. 당시 로마는 어떤 종교든, 민족이든, 인종이든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정책을 가졌다. 포용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느 민족이든 로마제국의 깃발 아래 머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유대교가 로마의 식민지하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그들의 중용정책 때문이었고, 신생 기독교가 비록 많은 핍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로마의 중용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로마는 모든 민족과 종교를 어우를 수 있는 대제국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혈통이든지 공로가 있고 능력이 있는 자에게 시민권을 주었고 직급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교단도 파벌의식을 뛰어넘어야 하겠다. 누구든지 일 할 수 있는 중용의 풍토가 생겨야 하겠다.   

둘째는 기여문화 형성이다. 로마는 국가를 위해 기여한 자가 지도자가 되는 문화를 만들었다. 당시 로마의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의 자리에 오르려면 사재를 털어서 공공시설이나 도로를 만들어서 기부하므로 백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즉 지도자는 기여자 이어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황제가 되었던 카이사르의 경우 그는 로마에서 가장 부채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군인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국민을 위해 공공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개인이 부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여하려는 풍토는 부강로마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도자는 기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풍토가 우리 교단에 절실하다. 교단에는 여러 직책을 맡은 지도자들이 있다. 교단에서 지도자로 세워준 것은 교단을 위해 기여하라고 맡겨준 직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그 직분으로 자기의 명예를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교단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명예만 얻고 기여는 없는 교단풍토는 교단의 퇴보만 거듭하게 될 것이다.

셋째, 로마시민권의 강화였다.  당시 로마는 시민권을 남발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국가를 위해 충성과 헌신이 있는 경우에 허락했다. 따라서 로마시민권은 최고의 자부심이었고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백성들은 국가에 충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후일 로마는 멸망했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시민권의 남발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백성이 시민권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고 보니 국가는 이미 뼛속까지 썩어버린 것이다. 교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교단은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국가였던 로마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교단의 모습을 보며, 로마제국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교단이 나가야 할 비전을 바라본다. 파벌이 사라지고 중용정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명예를 얻은 지도자들이 그에 걸맞은 기여와 헌신을 이루는 풍토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스스로 교단의 일원임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교단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 로마제국을 회상하며 우리 교단의 나갈 바를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