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영 목사 [성결대 외래교수]

흔히 ‘안식’을 생각할 때 우리는 ‘6+1’의 시간개념 안에서의 안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 안에서 질문해봐야 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또 요구하시는 ‘안식’을 시간개념 안에서 이해하는 것은 정당한가? 이것을 논하기 위해 우리는 창세기의 창조로부터 출애굽기의 안식일 계명 수여와 바벨론 포로기의 안식일 강조에 대한 특별한 상황들을 살펴 볼 것이다. 6일간의 창조는 각각 첫 삼일과 뒤따르는 삼일의 창조로 구분된다. 창 1:2의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로부터 착안하여 각각 나누어진 창조의 두 구분은 혼돈한 곳에 질서의 창조와, 공허한 곳에 채움을 발생하는 창조로 이해된다. 어둠의 혼돈 속에 빛을 창조하셔서 질서를 만드는 첫째 날, 물의 혼돈으로부터 궁창을 창조하셔서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의 질서를 만드는 둘째 날 그리고 물과 뭍의 혼돈으로부터 물과 뭍의 질서를 만드는 셋째 날을 통해 질서의 창조는 완성된다.

이렇게 창조된 앞선 삼일의 질서는 다음에 뒤따르는 창조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첫째 날의 빛이라는 공간은 넷째 날의 창조를 통해 큰 광명, 작은 광명 그리고 별들로, 둘째 날의 공간인 바다와 하늘은 다섯째 날의 창조를 통해 각각 물고기와 새들로, 그리고 셋째 날의 공간인 땅은 여섯째 날의 창조를 통해 동물들과 사람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첫째 날의 질서가 각양의 광명체들로 채워지는 것을 통해 ‘빛’이라는 공간이 시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담지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서와 채움을 통해 완성된 창조는 공간개념 안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시간’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무한한 존재인 하나님께는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없다. 그러므로 창조의 원 개념은 시간에 있지 않고 공간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또한 모든 창조가 여섯째 날 인간의 창조를 위한 공간의 형성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쉽게 인지할 수도 있다. 창조의 완성 후 하나님은 안식하셨다. 이것은 6일간의 노동에 따른 하루의 쉼이라는 시간개념의 안식이 아니라 창조가 완성되었기에 창조를 멈추는 안식이다. 즉 ‘하나님의 안식’이라는 것은 완벽히 창조되어진 공간에서 누려지는 공간개념이 반영된 안식이다. 이러한 관찰로부터 안식은 ‘6+1’의 시간개념이 아니라 ‘7’(계속 누려지는 또는 분리되지 않는)이라는 공간개념 하에서 누려지는 어떤 것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을 자꾸 시간개념 안에서 생각하려 할까? 안식일 계명이 주어진 첫 자리는 출애굽기 19장이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향해 가는 도중에 시내산에서 머무르게 된다. 이곳에서 수여된 안식일 계명은 정주지에서 지켜야할 어떤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땅의 수령의 경과의 과정 속에서 가나안 땅이라는 구별된 땅에서 누려지는 공간의 개념인 안식을 시간의 개념 안에서 선험적으로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훗날 완전한 안식의 공간인 가나안에서 공간의 안식인 ‘7’의 안식을 누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험적으로 누렸던 ‘6+1’의 시간의 안식도 잃어버렸다. 그러자 그들의 안식은 주전 587년 바벨론 포로를 통해 박탈된다.

그 후 포로지에서 이스라엘은 안식일 계명 준수를 다시 강조하게 되는데, 이것은 잃어버린 안식에 대한 인간편의 돌이킴의 행위가 되었다. 바벨론 포로지에서 이스라엘은 완전한 공간의 안식의 회복을 대망하며, 스스로 힘내어 ‘6+1’의 시간의 안식을 강조했던 것이다. 하나님은 그러나 이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의 안식을 계획하신다. 특정한 공간에서의 안식이 아니라 도래하는 또는 침투해 들어오는 안식이다.

우리가 서있는 곳, 그곳이 바로 안식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성경에 면면히 흐르는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의 아이디어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통해 성취 그리고 선취됨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완전한 공간의 안식이 발생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개념은 이러한 공간의 안식의 이해를 돕는다. 안식을 위한 완전한 창조의 공간이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성령의 내주하심으로 말미암아(임마누엘) 이제 나의 내부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6+1’의 시간개념의 안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7’의 공간개념의 안식을 살게 되었다. 우리는 대강절을 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2013년 우리는 어떻게 다시 기념하고 경험할 것인가? ‘침투하는 공간의 안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경험하는 성탄절이, 그래서 ‘7’의 안식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