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공 목사  [샘물교회]

蓋世功勞(개세공로)도 當不得一個矜字(당부득일개긍자)요, 彌天罪過(미천죄과)도 當不得一個悔字(당부득일개회자)니라. ‘채근담’(菜根譚) 제7장에 나오는 말이다. 글의 뜻은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자랑 ‘긍’(矜) 자(字)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찰만한 큰 죄도 뉘우칠 ‘회’(悔) 자(字)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이 주는 본래의 의미는 ‘아무리 큰 공로라도 자랑하면 없어지고 아무리 큰 죄라도 참회하면 사라진다’는 말이다. ‘개세’(蓋世)란 기운이나 위력이 세상을 뒤 덮는다는 뜻으로 시대의 영웅들을 ‘개세영웅’(蓋世英雄)이라 부르기도 한다.

본래 ‘개세’란 말은 중국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지은 시(詩)에서 나온 말이다. 진나라의 시황(始皇)이 죽고 군웅들이 할거할 때 초나라에서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오늘날로 말하면 대권을 노리는 ‘축록전’(逐鹿戰)을 벌렸다. 그 결과 40대의 <유방>과 20대 <황우>의 7년의 기나긴 전쟁에서 <유방>이 승리하여 천하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항우의 군대가 매우 우세했었으나 항우는 자신의 힘만을 믿고 개세(蓋世)를 부리다가 많은 부하들을 유방에게 빼앗겼다.

그 중에 삼걸(三傑)이었던 한신(韓信)과 소하(蕭何) 장양(張良)까지도 모두 유방의 사람이 되었고 항우는 한 때 자기의 부하였던 한신과 소하와 장양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도망가다가 오강(五江)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기개세) ‘힘은 산을 뽑아내고 기운은 세상을 뒤덮지만’ ‘時不利兮 不逝’(시부이혜 추불서)‘ 때가 불리하니 ‘추’(주: 황우의 명마)도 전진하지 않네.’ 그는 이 시를 남기고 20여년의 짧은 인생을 끝냈다.

지금은 자기를 P.R.하는 시대라고도 하고 자기 잘난 맛으로 산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사람들은 자기의 업적이나 공로를 자랑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옛 성현들은 아무리 큰 공로도 자랑하면 없어진다고 했고 예수님께서도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신앙세계 안에서까지 겸손의 미덕을 쉽게 볼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들의 업적이나 이력(履歷)을 자랑하는 것은 항우가 자기의 힘을 자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허무하기가 그지없는 일이다.

‘개세공로’(蓋世功勞)가 ‘긍’(矜)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백 개의 ‘긍’(矜)자라도 ‘회’(悔)자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을 한자(漢子)로 표현하자면 百個矜字 當不得一個悔字(백개긍자 당부득 일개 회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백 마디 자기를 자랑을 하는 것보다 단 한 마디 회개와 뉘우침이 낫다는 뜻이다.

무소유를 주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법정스님은 ‘하나님의 존재를 말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의 행위를 본받지 말고 그의 말하는 바는 지키라(마23:3)고 하신 것처럼 이방 종교인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교단은 일 년 동안 전국 1300여 교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고 있다. 우리 교단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하나님의 존재를 말하는 사람보다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