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석 목사 [은현교회]

섬김의 리더십은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모든 크리스천 리더들이 그들의 리더십을 시작하면서 빠트리지 않고 고백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일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리더십을 시작하는 취임식(2008년 2월 2일)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말하였습니다. 근래 우리 사회에 섬김의 리더십을 대중적으로 고백한 지도자는 그가 처음 인 듯싶습니다. 섬김의 리더십은 생명과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리더십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마20:28)는 말씀은 가히 충격적이고 역설적이었습니다. 2,000여 년 전에 이 말씀이 선언될 때 종(노예)의 모습은 로마 제국의 압제 하에 있던 유대사회 곳곳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거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또는 전쟁에 패해 포로가 되었을 때 숙명적으로 종의 굴레가 씌어졌습니다. 주인의 지시와 감독 아래 철저히 섬김을 강요받으며, 탕감에 대한 주인의 선언이 없는 한 죽기까지 짐승처럼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이 종의 모습이었습니다.

더구나 유대사회는 로마제국의 압제를 받으며 국가적으로 종처럼 취급당한 채 숨죽이며 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예수 그리스도는 종처럼 살기 위해 세상에 왔고 종처럼 섬김을 위해 자기 목숨조차 내 놓겠다고 하셨고, 그것을 실행하시려고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고난의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섬김의 리더십은 다음 두 가지 특징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첫째, 절대 순종과 자기희생입니다. 섬김의 리더십의 본을 보이신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하시면서 처절한 십자가의 형벌을 감수하셨습니다.

그를 보내신 하나님에 대한 ‘절대순종’입니다. 그리고 온몸을 찢으며 피 흘려 죽으심으로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신 ‘자기희생’으로 섬김의 리더십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현대 크리스천 리더들이 섬김의 리더십을 말하지만, 그것이 향기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절대순종’과 ‘자기희생’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순종’과 ‘자기희생’이 없는 입으로 만의 섬김은 공허한 메아리 일뿐입니다. 섬김의 리더십은 절대순종과 자기희생 위에 세워지는 리더십입니다.

둘째, 하나님 섬김과 이웃 섬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은 하나님 섬김과 이웃 섬김은 함께 아우르는 섬김이었습니다. 그를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께 절대 순종하여 아버지의 뜻을 이룸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죄악에 빠져 소망 없는 인간을 구원하여 빛의 자녀로 이끌어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백성이 되도록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인간을 섬기셨습니다. 크리스천 리더들의 섬김 속에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정신이 없다면 그것은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

제93회기 총회 임원진이 진용을 갖추고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섬김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이는 머슴처럼 섬기겠다고 했습니다. 섬김은 하나님께 대한 절대 복종, 자기희생, 그리고 하나님 사랑, 이웃(교단)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리더십입니다.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교단의 무거운 짐을 지려 나선 총회장 이하 임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응원을 드립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두 줄짜리 시의 행간에서 읽혀지듯 종으로 겸손히 섬기다 보면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이 절로 옵니다. 섬김, 그것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리더십의 완성입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흘린 피가 많다보니 선거운동 하면서 ‘섬김’의 길 가겠다고 한 약속이 땅에 묻혀 지는 것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