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기 장로 [성결대 교수]

유월이오면 학창시절부터 읊조리던 슬픔의 시(詩)가 있다. 그 시는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산 옆 외 따른 골짜기에/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중략)/장미 냄새 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후략)“ 이렇게 시작하는 슬픔의 긴 노래는 유월이 다 갈 때가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름 모를 산하에 뼈가 되어 누워있는 그들에게도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하는 간절함이 있다.

그들도 애급에 팔려간 요셉처럼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겠는가? 살아서 돌아오리라 약속하고 전쟁터로 떠난 지 6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한 호국용사들이 있다. 이름 모를 산하에서 총탄을 맞아 홀로 숨을 거두고 지금은 칡덩굴, 나무뿌리에 휘감겨 묻혀있거나 뼈 조각으로 흩어져 자신들을 거두어줄 손길을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들로 태어나면 군을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남북 분단의 나라이다. 집을 떠나 군 입대한 장병들이 군무를 마치면 건강하게 귀향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사명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사명은 어느 나라보다 막중하다.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조국을 내손으로 지키겠다는 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 그 한 예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여 사상자가 있었는데도 해병대 지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아들 군 면제 시키려고 원정출산이 유행했던 부끄러운 어머니들의 과거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외국 국적을 얻은 젊은이들까지 한국군에 입대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 밝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도발적 선전 선동은 오히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었다. 국가는 국군의 사기를 더한 층 증진 시키는데 노력해야한다.

우선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오지 못한 전쟁영웅들의 유해를 끝까지 발굴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또한 호국용사 가족들뿐 아이라 현재 군복무중인 가족들까지도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이 창설 되었고 2006년부터는 연간 일천구 이상의 유해를 발굴하여 귀향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가 발굴되어도 가족의 유전자가 확보되지 않아 또다시 미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찾는데 가족들과 후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미국의 유해 발굴단의 구호를 보면 “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라는 슬로건아래 단 한명의 전우도 전장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신념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미 국방부에는 ‘포로 및 실종군인 담당국(DPMO)이 있어서 외국 땅에서 전사했어도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유골 일부라도 가족 품에 안기게 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만약 그들의 유골을 찾지 못하면 그들의 유품이나 또는 마지막 순간의 흔적이라도 찾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임무를 다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자신이 전사하더라도 전우가 나를 지키고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기에 미군들의 사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막강하다.

국립현충원에는 전사자중 유해를 찾지 못하고 위패만 봉안된 분들이 십만 삼천 여 위나 된다. 또한 지난해까지 발굴된 유해 중 6,000여구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해 발굴은 과거 기록이 부족하기에 국민들의 제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시 유해를 묻었거나 매장된 곳을 알고 있는 분들이 연로하여 세상을 서서히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도 호국 용사들을 생각하며 창밖에 조기를 달고 현충일 노래로 체면치례를 했지만 부끄러웠다. 이번 59회 현충일 박대통령의 추념사 중 “6·25전쟁이 끝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는 많은 호국용사들이 계시다. 호국용사 유해 발굴 사업에 더욱 노력해서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군의 사기와 돌아오지 못한 호국용사들의 귀향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