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수 교수 [성결대학교]

언젠가 미항공 우주국의 비행사가 우주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라갔다. 그가 도착한 우주는 그야말로 황홀 그 자체였다. 수 많은 별들이 온 천지를 뒤 덮고 있는 광경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황홀경이었을 것이다. 요즘 한참 흥행하는 영화 그레비티 나 인터스텔라의 장면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 광경을 상상 속에서 그려 보기만 한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숨막힐 정도로 크고 장대하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것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장력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말이다. 하나님의 조화는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고 장대하면서도 세심하기 그지없다. 인간인 우리가 그러한 하나님을 어떻게 찬양할 수 있을까… 어떻게 찬양하면 그 많은 창조를 감사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한계로 인해 표현할 수가 없음이 당연하다.

다시 그 우주인으로 돌아가보자. 그 우주인이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드디어 우주선 밖 우주공간에서 유영을 하였다. 무중력상태에서 떠 다니듯 무한공간에 홀로 선 그는 “ 지구별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며,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고요함이 나를 엄습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그 고요 속에서 그는 본능적 공포도 느꼈으리라.

세상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함. 우주에서 그가 들은 소리는 단 하나의 소음도 없는 절대무음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말을 빌자면 우주공간에는 수없이 많은 소리들이 있다고 한다. 굉음수준을 벗어나 엄청난 크기의 소리뿐만 아니라 아주 미세한 고주파의 음까지 수 만 가지의 소리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우주의 행성들과 많은 별들의 사이를 메우고 있는 자기장끼리 부딪치는 소리라고 한다.

그 많고 시끄러운 소리들이 있지만 우리 인간들은 전혀 들을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청주파수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한정 되어 있다. 어느 일정 높은 음역을 벗어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또 반대로 더 아래 쪽 음역 역시 그러하다. 만일 하나님께서 그 수 많은 소리들을 다 들을 수 있게 인간을 창조하셨다면 아마 우리는 그 소음으로 인해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가장 적당한 영역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창조하신 덕분으로 우리는 괴롭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들만 들으면서 살 수 있다.

이를 다시 되새겨 보면, 들리지 않는 소리라고 없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들리는 소리보다 들리지 않는 소리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엄청난 소리의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은 불과 극 소수의 소리만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고 들리지 않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목소리를 합쳐서 혹은 악기들끼리 모여서 하나님을 찬양한다. 오선지에 그려져 있는 음악을 말이다. 우리가 들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소리를 다해 하나님을 찬양한다. 비록 한정된 영역이지만 그 소리는 악보에 그려져 있는 음표를 통해 우리의 음역 내에서 최선을 다해 무한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자 한다. 비록 한정된 소리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세상의 한계를 넘어선 하나님의 섭리를 내포하기를 원하며 이 땅의 기준이 아닌 하늘의 무한함을 염두에 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의 조화도 HARMONY라 하고 음악에서 소리의 조화를 일컫는 화성학을 HARMONY라 명하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조화로운 세상을 우리들은 음악이라는 통로를 통해 담아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음악을 통해 우리에겐 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감동과 역사가 함께 전달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감사와 찬양은 하나님을 향한 우리 표현의 한계를 물리적인 음의 높 낮이가 아닌 영적 감동으로 덧 입혀 내야만 찬양의 본질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한 해의 끝자락에 오면서 우리는 절기찬양을 많이 부르고 연주하는 시즌을 맞이하였다.

그리스도인의 최대 특권인 찬양을 통해 때로는 수평적 선율로서 혹은 수직적 화성의 조화로서 화음을 일구어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껏 찬양하자. 바하는 자신의 모든 작품의 끝자락에 항상 이렇게 적었다.

Soli Deo Gloria 오직 주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