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목사 [광은교회]

1951년 2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한국 군종제도에 개신교와 천주교는 참여했고 불교는 그렇지 못했다. 이후 대한불교 조계종은 1968년 한국군의 월남전 파병을 계기로 군종제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원불교는 2006년 국방부로부터 군종교무의 파견승인을 받았다. 그리하여 현재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가 종단의 성직자를 군대에 파송하고 있다. 최근 원불교의 군종파견 승인을 계기로 한국 군소종단이 국방부에 추가적인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군종제도에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종단의 위상과 신자확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군종파견 승인을 요구하는 종단들은 예외 없이 소위 ‘종교차별’을 아직까지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군종제도의 설립요인에 대해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군종제도 설립요인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이승만의 기독교 우대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군종제도에 개신교와 천주교의 참여하고 불교가 배제된 이유가 이승만의 종교정책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견해는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 들여졌다. 그런데 초기 이승만 정부의 종교정책은 개신교와 천주교를 구분하였다. 그가 형목제도를 운영하면서 개신교 목사에게만 공무원 신분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각료 21명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개신교 인맥을 확실하게 동원하였다. 이에 대한 천주교의 불만은 천주교 신자인 장면이 정계에 부상하면서 표출되었다. 따라서 천주교가 한국 군종제도에 참여했던 이유를 이승만의 종교정책 이외에 또 다른 요인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한국 군종제도는 이승만 정부의 종교정책을 기반으로 태동하였지만 6?25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미군종의 지원으로 설립되었다. 기존의 연구들은 전쟁 상황에서 끼친 미군종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첫째 미군종이 한국 군종제도에 끼친 영향은 미군정기부터였다. 미군종장교들이 미군정청과 군사고문단에 보직을 받고 활동을 했다. 그들은 한국의 새로운 문명 즉 민주주의를 위해서 군종활동을 한다고 고백했다. 또한 미군정의 종교정책으로 개신교와 천주교는 대국가접근능력을 제고시키며 교세를 키워갔던 반면 불교는 일제 강점기에서 빚어진 문제로 내홍을 겪으면서 교세가 약화되었다. 무엇보다 불교 관계자들은 군종제도 설립과정에서 참여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 당시 불교신자의 전?현직 장관들은 군종제도의 설립을 인지할 수 있었다.

둘째 한국 군종제도는 6?25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미의 개신교와 한국 천주교는 모두 6?25전쟁을 무신론과의 대결 혹은 ‘사탄’과의 대결로 인식했다. 전쟁 이전에는 개신교가 단독으로 군종제도를 설립하려다가 전쟁을 계기로 천주교와 협력하였다. 이런 노력의 최선봉에 월남 개신교 지도자들과 메리놀외방전교회 조지 캐롤 신부가 있었다. 이들은 전쟁 이전에 북한지역에서 공산주의로부터 종교박해를 경험하였다. 한국 천주교 역시 노기남 주교를 중심으로 반공정신으로 무장하였다. 당시 로마 교황 비오 12세. 교황대사 번 주교, 미군종교구장이면서 미군정의 고문인 스펠만 추기경이 반공주의를 강력하게 표방하면서 한국 천주교를 지원하였다. 그 결과 개신교와 천주교 지도자들은 한국 군종제도 설립을 위하여 ‘군종제도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셋째 한국 군종제도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당시 미군종은 개신교, 천주교, 유대교로 구성되었다. 즉 미군종은 다종교 시스템이었다. 다종교 시스템인 미군종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들을 모델로 한국 군종제도의 설립이 추진된 이상 한국 천주교는 군종제도에서 배제될 수 없었다.

넷째 6?25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군의 정신무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맥아더와 미군종감 로이 파커는 군종제도의 설립문제를 거론했다. 맥아더는 극동사에서 한국 군종제도 창설을 위한 비공식회의를 주재했다. 거기서 미군종감 로이 파커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군종제도의 창설을 제안하였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단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 제안을 승낙하였다. 요컨대 한국 군종제도는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미군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설립되었다. 따라서 군종제도의 설립요인을 이승만의 종교정책으로 한정하여 고찰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종단들이 군종제도와 관련하여 종교차별의 문제를 거론함에 있어서도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